최진실과 우울증

김용의 스타건강학

지난 일요일 한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몇 년전 숨진 탤런트 최진실을 떠올렸다.

고(故) 최진실의 자녀 환희와 준희 남매가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예고편에 출연, 동요를 부르는 화면을 보고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순대국집에서 기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환한 미소를 짓던 최진실의 생전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0월 최진실의 자살 소식은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뉴스를 다루는 기자들도 그의 자살이 믿기지않아 몇 번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 했다.

최진실은 조성민과의 이혼 등으로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지만 늘 밝은 모습을 잃지않아 충격의 강도는 더욱 컸던 것 같다.

최진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우울증이었다. 일부 네티즌의 악플에 시달리던 그는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우울증은 스타들의 대표적인 질병 가운데 하나다. 지난 3월 가수 휘트니 휴스턴도 우울증으로 인한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연예계는 워낙 부침이 심한 곳이라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 한동안 자신을 비추던 스포트라이트가 갑자기 사라지면 스타들은 깊은 좌절감과 함께 우울감을 호소하게 된다.

우울증이 다른 질병에 비해 더욱 위험한 것은 높은 자살률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주승용(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2009~2010년 자살원인 유형별 현황’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적 문제로 인한 자살이 1위를 차지했다.

우울증 환자의 3분의 2가 자살을 생각하고 10~15%는 실제로 자살을 한다.

한 우울증 환자는 “다니던 회사의 10층 창문을 기웃거리던 적이 있었다. 왜 유명인들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택했는지 이해가 간다. 그들도 우울증을 앓았을 것”이라고 했다.

탤런트 박진희는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생각에 대한 연구’(2009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논문)‘를 통해 “연기자 10명 중 4명이 우울증세를 겪고 있으며 자살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봤다”고 강조했다.

박진희는 “연기자들은 불안정한 직업 때문에 가장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자신을 숨겨야 하는 것도 큰 고충”이라고 했다.

우울증의 원인은 뇌 안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등)과 호르몬 이상, 생체 리듬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우울 증상이 2주이상 지속되거나 식욕이 없고 잠을 이루기 힘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장기간의 우울증에도 불구, “정신력으로 이기겠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

증세가 악화돼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집안에 우울증 환자가 있으면 ‘비상’을 걸어야 한다. 그들에게 늘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펴야 한다. 증세가 심할 경우 혼자있게 내벼려둬선 안된다. 불편하더라도 가족 1~2명이 환자와 함께 한방에서 자는 게 좋다.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우울증 등 정신건강 질환을 정기검진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한다. 정부도 우울증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우울증을 앓았다”는 고백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우울증은 숨길 필요가 없다. 정신건강의학과 출입을 머뭇거려서도 안 된다. 치료가 가능한 ‘마음의 감기’일 뿐이다.

고(故) 최진실의 자녀 환희, 준희 남매는 엄마처럼 연예인이 꿈이라고 한다. 악착같은 ‘또순이’ 최진실이 ‘마음의 감기’에 쓰러진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좀더 돌봤더라면, 가족이나 친구와 자신의 병을 심각하게 상의했더라면…

오랫만에 환희와 준희 남매 얼굴을 보면서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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