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환자안전법’ 제정운동 시작

1만명 문장청원, 대선공약 채택운동 전개

의료사고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법을 제정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추진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이하 환연)은 20일 잘못된 의약품 처방이나 병원 내 감염, 의료사고 등 의료기관 내 안전사고로 환자가 생명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을 제정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환연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새로운 의료기술과 혁신적 신약을 개발해 더 많은 환자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야 할 환자가 병원 안전사고로 죽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환연에 따르면 단일법 형태로 제정이 추진될 환자안전법에는 병원 내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발적으로 신고하면 면책해주는 대신 유사한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의료기관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또 중대한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규정도 포함된다. 안기종 공동대표는 “병원 내에 안전사고에 대해 쉬쉬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며 “이 같은 잘못된 문화를 깨야만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정형화된 매뉴얼을 만들고, 병원 시설과 인력에 대한 기준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환연은 우선 ‘환자안전법 제정 1만명 문자청원운동’에 나선다. 안 대표는 “법 제정에 동참하고 싶은 시민은 지역·이름·서명댓글을 문자메시지(013-3366-5521)로 보내면 된다”며 “참여 현황은 환자단체연합회 홈페이지 등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자청원이 달성되면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하는 ‘환자안전법 국회의원 전원서명 릴레이 청원운동’,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대상으로 하는 ‘대선후보 환자안전법 제정 정책공약 채택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한 법 제정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환자안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도 다각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연은 31일 오후 3시 서울 신촌에서 이상일 울산대의대 교수,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 이인재 변호사 등이 참석하는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안 대표는 “우리는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는 환자가 더 많은 나라에 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의료계는 물론 전문가단체·시민단체·정부. 그리고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상일 울산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5월 서울대의대에서 열린 ‘2012 병원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 국내에서 연간 4만명 가까운 환자가 의료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추정치를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이 법 제정 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정종현군 사망사건’은 2년간의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해당 병원과 유가족이 합의해 일단락됐다. 경북대병원은 “긴 법정 공방으로 양측 모두가 정신적·경제적으로 고통을 받아왔다”며 “비록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본원에서는 약물 오투약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정군(당시 9세)은 2010년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백혈병으로 항암치료를 받는 도중 숨졌으며, 이후 의료사고 논란이 불거졌다. 유가족 측은 정맥에 주사해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척수강 내에 잘못 주사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은 ‘빈크리스틴’이 아닌 ‘시타라빈’이라는 항암제를 척수강 내에 적절하게 주사했으나 ‘시타라빈’의 부작용인 뇌수막염으로 사망해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맞섰다. 양측은 지난 2년간 공방을 벌여왔다.

이오현 기자 cartier162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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