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의약분업, 내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

김용익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 인터뷰

“의약분업을 얘기할 때면 내가 항상 거론되는데 솔직히 부담스럽다.” “무상의료

정책의 ‘무상’이라는 수식어는 잘못된 것이다.”

제 19대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용익(58ㆍ사진)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의 발언이다. 그는 자신이 의료인이면서도 언제나 의료인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 서서 목소리를 내왔고 이 때문에 의사들의 ‘공공의 적’으로 꼽혀왔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그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의

도입을 주도했으며 민주당의 이른바 ‘무상의료’ 정책을 세부적으로 설계했다.

지난 21일 서울대의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추진할

무상의료의 개념과 세부 추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의료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등 의약분업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난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내가 항상 거론되는데 솔직히 부담스럽다. 모델을 처음 제시한 것은 내가 맞지만

현재의 의약분업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한참 벗어나 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변질되기 때문에 처음에 그린 그림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약분업의 핵심은 의사가 처방을 하고 약사가 약을 짓는다는 그 자체에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과거에는 의사 처방 없이 약사의 권유에 따라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복용해왔다. 지금은 의사의 진료를 먼저 받고 처방전을 받아 복용하는

원칙이 정립됐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실제 항생제 사용량이 꾸준히 줄고 있다.

-본인이 생각했던 의약분업과 현재의 의약분업이 어떤 면에서 다른 건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내가 제안한 그대로 됐으면 할 말이 많겠지만 제안한대로 되지 않아 꼭 집어서

어디가 잘 됐다 못 됐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굳이 얘기한다면 지역별 상용의약품

목록 제정과 그 범위 안에서의 처방과 대체조재 등이 ‘상품명 처방’으로 바뀐 것을

들 수 있겠다.

-국회에 등원하면 의약분업을 고칠 예정인지요?

내가 나서서 고칠 생각은 없다. 부족함은 있지만 어느 정도 잘 정리된 제도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의약분업이 가장 중요한 의료정책이라고 생각하는 세론에

대해 비판적이다.

다만 의약분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약가제도와 의약품의 생산, 유통체제

등이 별도로 정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의약분업 자체보다 그와 밀접히 연계돼

있는 부분을 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상품명/일반명 처방과 대체조제의 허용범위와 관련해 의약품의 품질과

약효동등성, 리베이트 문제들이 얽혀 있다. 이런 문제들이 풀려야 의사와 약사 간

분쟁의 소지가 줄어든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와 약사 단체간의 힘겨루기가 의약분업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 약가의 결정구조와 유통방식 등 구조 자체가 가진 결함 때문에 비롯됐다는

의미인가요?

그렇다. 의료계의 책임만큼이나 정부의 책임도 크다. 의사들이 현장에서 리베이트

문제 등 도덕적 문제에 봉착하지 않게끔 제도를 고쳐야 한다. 의사가 책임을 모두

떠안고 알아서 극복하라는 말이 아니다.

좋은 의료제도란 의사가 그 제도 안에서 저절로 좋은 의사가 되게 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지금은 의사의 직업적 의무와 사회적 의무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제도를 고치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 평범한 의사가 좋은 의사가 되는 제도를 만들고

싶다.

리베이트 문제는 의사의 비도덕성 때문에 비롯된 것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의약분업과 관련해 편지를 보낸 것도 그런 내용이었다. 제도 개선으로 평범한 의사가

훌륭한 의사가 되는 구조를 같이 만들어야 한다.

-무상의료는 4.11 총선 때 민주통합당이 내건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김 당선자가

구상했습니다. 그런데도 ‘무상’이라는 표현이 잘못됐다는 건 무슨 뜻인지요?

무상의료는 단순히 의료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공짜 진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건강보험 급여와 수가제도 자체를 개선하는 정책을

말한다.

그런 정책을 정교화하는 연구는 내가 해서 지난 해 봄 쯤 민주당에 주었다. 무상의료란

명칭은 당에서 전략적으로 만들었다. 발표한 뒤에야 나에게 물어봐서 “공짜 진료가

아닌 데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쓴 소리를 했었다.  

잘못된 명칭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사회적 화두가 된 핵심 정책의 명칭을 고치는

것은 자칫 정책 자체를 바꾸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좋지 않다.  이제 와서

명칭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 대선후보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무상의료 정책이란 어떤 내용을 말하는 것인지요?

무상의료는 단순히 진료비를 무상으로 해준다는 개념보다는 복잡하다. 우선 건보의

보장성을 대폭 올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외래진료비는 그대로 두되 입원진료비의

급여 범위를 90%까지 확대하고 연간 환자 본인부담금의 상한 금액을 100만원에 맞추려고

한다.

또한 비급여 항목을 전면 급여화 할 것이다. 비급여 항목이 많이 있으면 (수익을

내려는 의사나 병원 때문에) 진료비 중 비급여 규모가 팽창돼 장기적으로 보장성이

다시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택진료비와 병실차액 등도 적절한 방법으로

급여 항목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다만 미용을 목적으로 한 성형수술 등은 제외된다.

이행과정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에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서는 병원계와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전면적 급여화와 보장성 확대는 환자가 상급 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을 심화시키지

않을까요?

건보 보장성이 높아지면 진료비가 대폭 경감돼 수도권과 3차 진료 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방에 현대적인 공공병원을 최대한 확보하겠다.

환자가 서울로 올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 서울에 중간급 공공병원을 세우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물론 현재의 병상 공급과잉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기존에 있는 민간병원들이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퇴출되는 경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서 희망하는 의료법인이나

다른 영리법인들이 적당한 가격에 병원을 넘기는 ‘병원 명예퇴직제’가 필요하다.

정부가 매입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다.

병상 공급과잉이 해소되면 재발하지 않도록 지역별로 ‘병상총량제’를 도입할

작정이다. 또한 병상 과잉현상이 무분별한 소규모 병원허가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300병상 이상의 큰 병원만 허가하는 방안도 함께 구상 중이다. 단 300병상 미만이라도

전문병원이나 요양병원은 예외다.

‘평생건강관리체계’도 함께 구축하겠다. 도시 지역에 확충 예정인 보건지소와

공공병원과 연계해 질병관리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어 평생관리체계로 예방사업을 강화하지

않으면 후에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입원진료비의 보장성을 90%까지 올리겠다고 했는데 그에 필요한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요?

대락 8조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마련하는 방법은

건보료 부과체계를 형평성에 맞게 고치는 것이다.  현 건보료 부과체계엔 맹점이

있다. 주식 등 별도 소득이 많은 직장가입자나 소득이 있는 배우자가 건보 피부양자로

올라가면 같은 소득의 다른 가입자보다 보험료를 적게 내거나 내지 않고 있다.

이런 모순을 없애기 위해 총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고치겠다.

즉 보험료를 마땅히 내야 할 사람은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법에

정해진 대로 부담하지 않던 국고지원도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 ‘국고지원 사후

정산제’를 도입해서 전년도 국고지원액을 계산해보고 부족하면 그 다음해에 정산하도록

해서 반드시 지키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추가 예산을 충당하기는 쉽지 않을텐데요.

약간의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급여가 확대된 만큼 오른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부분은 국민들이 이해를 해줘야 한다. 그 대신 민간보험료 지출은 줄어든다. 우리나라

가구의 77%가 민간보험에 가입해 있다. 줄어드는 부분을 건보 재정으로 흡수하면

가구당 전체 보험료는 오히려 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급여 범위를 한꺼번에 확대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의료계나

가정경제에 갑작스런 충격을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부족한 재원은 국고

지원으로 채우면 된다. 이와 함께 병상 공급과잉 현상을 해소하면 건보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질병예방사업으로 미래에 생겨날 환자를 줄이면 이들을 위해 쓰여질 의료비

역시 절감된다.

-이런 정책들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할 텐데요.

공공병원을 늘리고, 질병예방사업을 벌이고, 급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투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공급체계의 인프라와 건보 급여체계를

개혁하면 점진적으로 의료비 증가 곡선이 꺾인다. 당장은 돈이 들겠지만 20~30년

뒤의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보건소 확대나 건강보험의 전면 급여화 등의 정책은 노환규 의협 회장단이

추구하는 로드맵과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는데 어떻게 풀어나갈 작정인지요?

의사들과 충분한 협의를 해야지. 강제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건소 늘리는

문제는 굳이 협의를 해야 되는지는 모르겠다.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하기 위해서

하는 건데 의협에서 어떤 명분으로 반대를 한다는 말인가. 벌써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의정 활동을시작하면 본인의 생각이나 발언이 미치는 영향이 클텐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영향은 미치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도권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쉽게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바꿀 수 있나. 절대로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최선은 다하겠다.

이오현 기자 cartier162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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