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은 관절만 아프다?

류마티스 질환, 다양한 부위 침범한다

A씨 (51, 여)는 어느 날 손에서 뻣뻣함을 느꼈다. 잘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손 끝에서 시작된 증세는 손목을 거쳐 어깨, 발목으로 퍼졌다. 병원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은 A씨는 항류마티스 치료제를 처방 받았다. 2년 정도 통원 치료를 하니 상태가 좋아졌다. 그 뒤 6개월 정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몸에 이상이 생겼다.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병원에 가보니 폐섬유화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폐에 섬유질이 생기면서 허파꽈리의 벽이 딱딱해지는 병이다. 폐섬유화는 류마티스 환자에게서 가끔씩 나타나는 증상이다. 의사는 A씨에게 스테로이드 제제를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보통 관절염에 쓰는 스테로이드가 알약 1개 정도였다면 A씨에게는 여러 알을 투여했다. 그러자 호흡 문제도 해결됐고 관절염 통증도 줄었다. 요즘은 스테로이드 과다 사용으로 얼굴이 붓는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흔히 류마티스라고 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면역계가 스스로의 인체를 공격하는 류마티스 증세가 관절 부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세는 관절을 덮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생겨 경직되고 붓는 것이다. 그런데 류마티스 관절염만 관절 부위에 염증과 통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한양대학교 류마티스병원 내과 김태환 교수는 “루푸스, 강직성 척추염도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 “다만 또 다른 류마티스 질환인 섬유근통증후군의 경우는 염증이 아니라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절염보다는 관절통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더라도 관절 외 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면서 “류마티스는 자가 면역계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통증을 동반하는 자가면역 현상이 손, 발, 머리 등에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관절염은 관절이 닳아서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과 백혈구가 정상 관절을 공격해 발생하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나뉜다. 비율로 보면 퇴행성 관절염이 80%, 류마티스 관절염이 10~20%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정형외과에서 치료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내과에서 담당한다. 이는 류마티스 질환이 관절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김 교수는 “류마티스 질환은 관절만 아픈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과에서 치료한다”고 강조했다.

류마티스 환자, 의심되는 통증 있으면 병원 찾아야

B씨(22, 남)는 군복무 중 이따금씩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휴가를 나와 병원에 갔더니 안구의 홍채에 염증이 생긴 포도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그에게 강직성 척추염을 앓았는지 물었다. 그러고보니 입대 전에 엉덩이 쪽에 통증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2~3일에 한 번씩 오른쪽과 왼쪽 엉치뼈가 번갈아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특히 힘들었고 움직이려고 하면 통증이 느껴졌다. 며칠 괜찮았다  며칠 아프기를 반복했다. 얼마 뒤 괜찮아져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최근 군생활을 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는지 다시 엉덩이 쪽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앞이 뿌옇게 된 것이다. 결국 B씨는 주사요법으로 포도막염을 치료하고 강직성 척추염 치료도 받기 시작했다.

강직성 척추염은 염증이 엉덩이의 천장 관절과 척추 관절을 침범하는 특징을 가진 류마티스 관절염의 하나다. 아침에 일어날 때 특히 통증이 심하고 허리가 굳었다가 운동 후에야 좋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B씨도 대표적인 증세인 허리 통증 외에 다른 통증인 포도막염으로 자기 상태를 알게 된 경우다.

이처럼 류마티스 관절염은 다른 부위의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보통이다. 관절이 아닌 부위에서도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류마티스 진단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강직성 척추염에 걸린 여성의 경우는 생리 때 허리 통증이 심한 경우도 있어 진단이 쉽지 않다.

가장 다양한 증세가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인 루푸스는 진단이 더욱 어렵다. 루푸스는 면역계가 온 몸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루푸스 환자는 피부, 관절, 신장, 폐 등 전신에서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루푸스 환자에게 관절염이 있을 경우 질환의 특성상 관절 외에도 통증이 있을 수 있다.

C씨(29, 여)는 태양빛에 피부가 벌겋게 일어나고 입안이 자주 헐었다. 무릎 관절에도 통증이 있었고 다리가 붓는 증세에 시달려 병원을 찾았다. 소변검사를 했더니 단백뇨라는 판정이 나왔다. 혈액 내 노폐물을 걸러주는 사구체가 제 기능을 못해 수분이 몸 안에 쌓인 것이다. 자세한 원인을 알기 위해 항핵항체 (ANA) 검사를 했다.

항핵항체를 갖고 있다는 것은 면역계가 환자 자신의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향이 크다는 의미다. 이는 자가면역 질환 추정의 단서가 된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의사는 뺨의 발진과 입안의 궤양, 신장 질환, 혈액 검사와 항핵항체 검사를 토대로 C씨에게 루푸스라는 진단을 내렸다.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때문에 콩팥이 면역계의 공격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C씨는 콩팥과 피부 진정, 관절염 치료를 받았다.

류마티스 질환은 결코 관절만 아픈 병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류마티스 관절염조차 염증 반응이 폐에 나타나 물이 차고 호흡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 밖의 류마티스 질환도 다른 부위에 다양한 통증이 올 수 있다. 류마티스 환자는 머리가 아프거나 숨을 쉬기 어렵다거나 평소보다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혈압이 높아지면 그것이 류마티스 때문인지 의심해봐야 한다. 이 때 환자 스스로가 증상을 통해 자가진단을 하기는 어렵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아야 한다. 조기 발견해야 상태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환자들이 이런 증세에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류마티스와 그 밖의 통증도 조기에 잡을 수 있다.

정승원 기자 jsw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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