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즐겁게 하는 진동

사람이 잠자리에 들 때만 성욕이 끓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지금처럼 글을 쓰다

갑자기 골반 아래가 간질거릴 때가 있다. 옆에 남자는 없다. 이럴 때 보통 나는 기분전환

삼아 오른손을 바쁘게 만든다. 남자의 손톱 공격으로 인한 아픈 기억 덕에 손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나는 바이브레이터의 도움을 받는다. 오른손은 거들 뿐. 진동에

맞춰 she bob, I bob, we bob~을 흥얼거린다. 친구 도시락 통의 밥을 보며 아이 밥,

니 밥 하면서 장난쳤던 <She Bob>이 잡지 속의 남자를 보며 자위를 하는 내용이란

걸 알고 난 후 신디 로퍼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동기를 쥔 손이 무게감을

채 느끼기도 전에 오르가슴이 온다.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한 자위는 시간 투자대비

효과로만 따진다면 그 어떤 섹스패턴도 이를 따라올 자가 없다. 무엇보다 진동기와

함께 한 자위의 훌륭한 점은 반드시 오르가슴에 오른다는 거다.

이렇게 밤이 새도록 칭찬해도 모자라는 장점을 가진 섹스 플레이지만 사실 자위행위는

섹스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천덕꾸러기였다. 망태기 할아버지 민담처럼 자위를 하는

아이들은 ‘나쁜 짓’의 대가로 고추가 쪼그라들고, 눈이 멀어 버릴 거라는 둥 자위를

헐뜯는 극악스러운 괴담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렇게 호환마마 취급받던 자위행위가

현대사회에선 히트곡의 주제로도, 또 <Sex and the City>같은 메이저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로 당당하게 쓰일 만큼 지위가 상승했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양반이

섹스에 관해 한 말은 모두 명언이다!)은 “자위행위를 깎아내리지 마라. 그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와 섹스하는 것이다” 라며 마스터베이션의 가치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여자의 마스터베이션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는 시간을 더 빛내줄 도우미,

예를 들어 바이브레이터 같은 섹스 토이와 함께 하면 확실한 즐거움을 보장한다.

세상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모양의 진동기들이 많이 있지만 굳이 남자의 페니스처럼

휘거나 두껍거나 모양을 세세하게 따질 필요는 없다. 남자의 자위와는 달리 여자의

자위의 핵심은 진동이기 때문이다.

“오럴 섹스, 매뉴얼 섹스, 인터코스는 나의 바이브레이터 섹스를 위한 전희”

로 본다고 말한 여성운동가 베티 도슨과 같은 과격파(?)도 있을 만큼 진동기를 이용한

자위가 주는 쾌감은 거대하다. 일단 손가락과 페니스가 클리토리스 주변에서 최고

6000 rpm의 스피드로,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게다가 그렇게

미친 듯이 움직이면서 어떤 대가(?)나 칭찬을 바라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섹스

친구가 어디 있담.

아! 그리고 내가 어른이어서 기쁜 일 중 하나는 스스로 번 돈으로, 원하는 모양의

바이브레이터를 기분 좋게 살 수 있다는 거다. 오이니 가지니 쯧쯧. 먹는 걸로 장난하는

건 어린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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