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수선할 때는 뒤에서 넣어줘

내가 R이란 남자를 만날 때였다. 오래 전 일이지만 어제 밤에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하겠다. 어느 평일 오후, 내가 사는 아파트 옆에

있는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하고 외출할 채비를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R이였는데, 다짜고짜 섹스가 하고 싶단다. 알고 보니 R은 이미 우리 아파트 문 앞에

와 있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10분 안에 섹스를 마칠 수 있으면

올라오라고 그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그리고 우리의 섹스는 정확히 5분 만에 끝나서

나는 친구와의 약속시간을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남자의 오르가슴에 ‘시간 개념’이

없다는 것은 글로 이미 충분히 배워도 직접 몸으로 부닥치면 그건 또 다른 문화 충격이다.

무엇보다 그런 악조건(?)에서 메마르지 않고 빠르게 집중했던 나 자신에게 더 놀랐던

잠자리의 추억. 그래, 더 솔직히,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시작부터 뒤였다, 후배위!

후배위란 자세의 기풍은 분석을 필요하지 않을 만큼 단순하기 때문에 분위기며

새로운 시도 따위가 귀찮은 날엔 최고의 위력을 발휘한다. 마음이 심산할 때는 그저

얼굴을 베개에 박고 엉덩이를 뒤집어 하늘 높이 올리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무엇보다 후배위가 빛나는 것은 남자의 페니스 레벨과 상관없이 여자에게 꽉 찬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발기’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궁극적으로는

오르가슴-까지 야무지게 챙긴다는 말이다.

색골로 유명했던 내 대학 동창 S는 언젠가 자신의 색욕을 한 문장으로 당당히

정리해 준 적이 있다: “아무리 못 생긴 여자라도 얼굴을 신문지로 덮으면 나는 섹스할

수 있어.” 아직 어리버리한 대학 신입생이었던 내게 동기 남자애의 노골적이며 네거티브한

섹스 세계관은 당시 무척 충격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린 나이에 벌써 나름의 성생활에

대한 잣대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누군가 지금 내게 단순히 즐거운 섹스에 대해 정의하라면

솔직히 밤이 새도 모자랄 정도로 할 말이 넘쳐 여전히 정리하기가 힘들 거다. 하지만

불만족스런 상대와의 섹스에서 혼자라도 재미를 느끼는 방법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동기 남자애처럼 이제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뒤에서 넣으라고.

노골적으로 동물적인(후배위가 영어로는 doggy position, 일명 “개자세”) 자태

덕분일까. 어떤 여성들은 후배위를 시도하려면 굉장한 오픈 마인드가 필요한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여자로선 배가 아닌 등을 보인 것뿐인데, 고작 포지션

하나에 오픈 마인드 운운하다니. 매번 정장을 한 채 섹스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물론 후배위가 별 교감 없이도 섹스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자세라지만

단순히 엉덩이를 남자에게만 맡긴 채 잠자리를 마무리한다면 왠지 슬프게 느껴진다.

게다가 운이 없게도 대낮이라면 그 옛날, 초등학교 문방구 앞에서 “개자세”를 시연하던

동네 강아지들과 다를 바 없다는 자기비하에 빠질 수도 있다!

화끈한 섹스를 위해 항상 약간의 변화는 필수. 여성이 엎드린 채 가볍게 골반과

엉덩이를 치켜드는 기본자세에서 남성이 침대 바깥으로 나와서 선채로 여성의 뒤를

공략하는 베리에이션을 연출해보는 건 어떨까. 또, 여성의 허리가 유연하고 평소

아크로바틱한 체위에 이끌리는 커플이라면 남성은 침대에 있고, 여성은 상반신을

침대 아래로 내려 손으로 바닥을 짚는 자세를 취해보는 것도 두 사람의 오르가슴

곡선을 가파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후배위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흥이 넘쳐서 조금 더 인터코스 타임을 연장하고

싶다면? 일단 남성은 멈추라. 그리고 그녀의 엉덩이부터 질 입구까지 천천히, 입술로

빙빙 원을 그리듯 애무하며 내려온다. 마치 혀로 “한 번 더?”를 속삭이는 것처럼.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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