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위치가 건네는 마력

윤수은의 핑크토크

내 친구 M의 고양이를 얼마간 탁묘했던 한 싱글 남자 집에 간 적이 있다. 문을 열고 그 집에 발을 딛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아, 이 남자, 섹스를 정말 사랑하나봐’ 누구나 그 집을 보면 그런 생각을 했을 거다. 원 베드룸 아파트였는데, 독특하게 방은 서재로 쓰고 거실을 침실로 꾸몄다. 아니, 침실은 그 공간에게 너무 정중한 표현이다. 그냥, 퀸 사이즈 매트리스 하나만 거실 정중앙에 있었다. 소파나 기타 가구 하나 없이. 분명 소파 대용으로 매트리스를 쓴 건 아니었다. 침대시트부터 베개까지 제법 신경 써서 고른 티가 나는 침구세트로 침대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그 침대는 정말…‘저게 과연 내 질 안에 들어오는 게 가능할까’ 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거대한 남근과 같은 오오라를 뽐냈다. 모두 다 예상치 못한 침대의 포지션 때문이리라.

가끔 내 블로그를 통해 지리멸렬한 성관계를 바꾸는 법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일단 섹스 환경(파트너 체인지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속닥속닥)부터 바꿔보라고 권한다. 섹스 환경 변화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주 무대인 침대. 청결한 시트와 넓고 푹신한 매트리스, 다 좋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 위치다. 침대를 항상 있던 자리에서 조금만 비틀어도 단박에 방 기운이 달라짐을 느낀다. 당신이 풍수 인테리어에 대한 조예가 바닥이어도 괜찮다. 키포인트는 섹스의 흥을 올리는 것이니 눕고 싶다, 라는 감정보다 하고 싶다!, 라는 필이 느껴지는 곳으로 침대를 이동한다. 또, 침실 정중앙이든 창가 벽 쪽으로 바짝 붙이든 두 사람이 거리낌 없이 알몸으로 뒹굴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그래서 복층 오피스텔의 침실은 이런 점에서 불리하다. 이런 구조의 집은 보통 잠자는 곳을 복층에 꾸미는데, 섹스하다 자기의 흥에 못 이겨 급하게 몸이라도 일으켰다간 큰일 난다. 천장과 머리가 너무 가까우니까.

사실 침대 위치에서 걸리는 것은 천장보다는 벽인데, 벽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헤드보드가 없는 것이 좋다. 헤드보드가 있으면 일단 한 면은 어디든 붙여야 하니까. 물론 헤드보드나 기둥이 있다면 그것을 활용한 섹스-예를 들면 끈으로 팔을 보드에 묶는다던지 하는 플레이-를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그런 과격한 성행위를 평생 몇 번이나 할런지. 아! 푹신한 헤드보드를 간절히 원할 때가 있긴 하다. 예전엔 인터코스만 하면 나를 청소기로 밀듯 계속 앞으로 밀면서 피스톤 운동을 하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덕분에 내 정수리가 수시로 벽에 쿵쿵 박혀 수난을 당했는데, 그래도 그 때는 침대를 벽으로부터 떨어뜨린다거나 하는 생각을 못 했다. 오로지 본능에 충실했기 때문에. 인생에 대한 고뇌와 앞으로 살 길에 대한 막막함 따윈 없던 나이였으니까 그깟 머리가 벽에 찍히는 고통쯤이야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경험 덕택에 지금 내 침대는 헤드보드가 없고, 머리맡엔 푹신한 쿠션들이 여러 개 있다. 또, 여차하면 침대 4면을 골고루 활용할 수 있도록 바퀴달린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고. 그런데 침대를 이리저리 옮겨보니 저 위의 거실 침대남이 조금 이해되더라. 공간의 정중앙에 침대를 놓으면 확실히 섹스에 달려들게 되는 맛이 있다. 마치 로프 없는 사각링에 홀딱 벗고 올라온 것 같은 기분? 너무 전투적인가? 🙂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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