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하면 간보다 더 걱정해야 할 장기는?

[경희대병원-코메디닷컴 공동기획]

만성콩팥병 의심… 소변·혈액검사 필요

서울 석관동에 사는 윤모 씨(39·여)는 최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병원에

입원해 나흘 동안 각종 검사를 받았다. 10년 전부터 당뇨병 치료를 맡고 있는 주치의가

만성콩팥병이 의심된다고 해서다.

검사 결과는 만성콩팥병 4기. 콩팥에서 사구체가 노폐물을 걸러내는 여과율이

20%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는 “가끔 손발이 붓고 팔다리가 저리는 정도였지

특별한 증상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라고 말했다.

병은 윤씨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우선 새벽까지 일하던 직장을 그만뒀다.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종일 일을 할 수가 없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수입이 턱없이 모자란다. 사람들이 잘 써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윤 씨는 “당장은 모아둔 돈으로 살고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라며 “치료도

평생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지 못 한다. 예전에는 야식도 자주 먹었지만 이제는 병원에서

알려준 식단에 따라 식사하고 있다.

말기신부전으로 고통 받고 있는 한모 씨(50·서울 번동). 15년간 앓아온

고혈압과 당뇨가 화근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 4시간씩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 없다. 투석비용(월 18만원) 보다도 생활비가 더 문제다.

한 씨는 “콩팥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는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야근을

해도 별 무리가 없었다”면서 “지금은 투석 때문에 시간도 없고,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무거워져서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친구 가게에서 심부름이나

해주면서 용돈을 받아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발이 약간 붓고 혈압이 조금 더 높아진 것 외에는 특별히 아프거나 이상을

느낀 적이 없었다”면서 “이렇게 될 때까지 모르고 놔뒀다는 게 너무 후회스럽다.

건강검진이라도 자주 받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암보다 무서운 만성콩팥병, 조기 발견이 관건

만성콩팥병은 체내 노폐물을 걸러내 배설해주는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져 몸 안에

독소가 쌓여 대사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질환이다. 콩팥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말기신부전으로 발전하면 투석이나 이식을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하지만 조기 발견이 어렵다. 명확한 자각 증상도 없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쉽게 피로해지는 등의 대표적 증상이 있지만 다른 질환의 그것과 비슷해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병세가 상당히 진전된 후에나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이태원 교수(58)는 “만성콩팥병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적어도 1년에 한 번 소변·혈액검사를

통해 콩팥 기능을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소변 볼 때 잘 꺼지지 않는 거품이 생기거나 소변이 불그스레한

색깔을 띠면 만성콩팥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발이 붓고 쉽게 피로해지며, 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자주 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특히 만성콩팥병을 앓는 사람의 3분의 2는 당뇨나 고혈압 환자이기 때문에 이런 환자는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면서

“당뇨나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가족이 있는 사람, 비만이거나 50세 이상인 사람도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암이나 고혈압보다도 무서운 병이 바로 만성콩팥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인들은 가볍게 생각하고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병을 키운 뒤에야 병원을 찾는 행태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꾸준한 약물치료, 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이미 만성콩팥병이 발병했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일단, 무서운

병인 것은 맞다. 이 교수는 “만성콩팥병을 방치하면 대개 20∼30년 내에 말기신부전으로

발전한다”면서 “당뇨나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발병했다면 진행속도는 더 빨라진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콩팥의 사구체 여과 기능이 50%(3단계) 이하로 떨어지면

자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는 “원인이 노화로 인한 것이 아닐 경우 사구체 여과율이 70% 이상인 2단계까지는

약물치료로 충분히 병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면서 “3단계부터는 2단계 수준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역시 약물로 진행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오현 기자 cartier162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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