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손가락의 딜레마

한 명의 고정된 파트너이든 원 나이트 스탠드건 할 것 없이 남자와의 섹스에서 가장 아쉬운 건 손가락 움직임이다. 첫 관계를 맺기 전 남자의 손가락은 개미집을 집요하게 쑤시는 오랑우탄의 몸짓만큼이나 집요하다. 여자의 온몸에 꿀이 솟아나 손가락이 떨어지지 않는 듯 끝없이 지분거린다. 그리고 처음으로 섹스하는 날, 보통 여유가 없다보니 손가락 애무도 엉성하다. 그나마 처음에는 상대방을 어떻게든 만족시키려는 욕심에 손도 성기만큼이나 열심히 움직이지만 커플의 성생활이 안정되면 그마저도 줄어든다.

 

나 역시 파트너의 손가락 애무 같은 건 별로 욕심내지 않았다. 그러다 더 이상 남자의 성기가 몸 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 경이를 표하는 나이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작은 불만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클리토리스를 남자가 좀 더 세게 문질러 주길 바랐다. 손가락으로 여자의 성기를 애무할 때 질 내부보다 클리토리스를 먼저 공략해야 하는 건 진리다. 시작은 항상 부드럽게, 천천히. 침이나 윤활액으로 손끝은 항상 적실 것. 손바닥은 여성의 음모 위에 올리고 성기 위에서 원운동을 하다 점차 내부로 진입, 손가락 관절도 이용하여 직선 운동뿐만 아니라 구부리고 펴는 동작도 첨가한다. 여기까지가 여성의 성기를 손가락으로 애무할 때의 기본 매뉴얼이나 이 테크닉을 순서대로, 적절한 힘과 스피드로 이끄는 남자가 세상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이 문제로 남자들을 냉정한 잣대로 평가하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당신의 오른손이 여자 친구로 변신하지 않는 이상 당신의 주니어를 어루만지는 악력과 스피드의 황금비율을 여성이 100% 수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어찌되었든 그 때 나는 부드럽기는 하나 엉성한 그 남자의 손짓이 마음에 들지 않아 좀 더 강한 손가락 애무를 요구했다. 눈빛만으로 여자가 무얼 원하는 지 상대가 척척 알아채면 좋으련만. 침대에서는 역시 학급반장이 아이들에게 청소구역을 나눠 일을 시키듯 정확하게 어느 지점을 어떻게 만지면 좋겠다고 분명하게 의사표현 했을 때 가장 만족도가 크다. 거칠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가 약간 당혹한 표정으로 내가 다치는 건 싫다며 음핵을 세게 다루는 데 바로 거부감을 나타냈다. 좀 더 내 ‘콩알’을 헤집는다고 피가 나거나 하는 것도 아닐 건데, 애정이 깊으면 섹스도 얌전해지는 건가 싶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내 요구가 헛된 것은 아니었던지 다음 번 섹스에서 그가 평소보다 클리토리스 애무에 좀 더 신경 쓰는 눈치였다. 손마디, 아니 손톱 끝에 실린 힘이 전과는 갑절로 달랐다.   

 

남자의 손톱에 대해서 말하자면 클리토리스 애무에 남자의 손가락을 의식적으로 끼워 넣기 전까지 나는 파트너의 손톱 정돈 상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어쩌다 그의 손톱이 부러진 걸 발견하면 손톱깎이를 찾아서 가져다주는 정도? 내가 아는 남자들 중에 손톱 관리를 정말 잘 하는 사람을 한 명 안다. 그 분은 항상 손톱을 정리하고 마무리 동작으로 자신의 배에 손톱을 긁어보아 손끝의 부드러움을 확인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적어도 여자의 입장에선 부러진 손톱으로 질 내부를 마구 후벼 파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안심할 수 있는 타입이다. 그의 손길 아래서 허리를 뒤틀며 기뻐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아뿔싸. 이 남자, 손톱이 길었다. 게다가 얼마나 내 그 곳을 힘주어 긁어대었던지 거기가 붓고 간지러웠다. 생애 처음으로 클리토리스의 가려움 때문에 의사를 만나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행히 며칠 동안 성기를 평소보다 더 철저하게 씻고 관리하다보니 고맙게도 가려움이 가라앉았다. 강력한 파워와 근사한 테크닉, 다 좋지만 손가락을 상대방의 몸에 가져다 대기 전에 잊지 말아야 할 것: 손톱을 깎자.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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