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의사와 면담 시간 충분치 않다”

연구팀 “불충분한 면담이 진료 질 저하”

상당수 암 생존자들은 병원에서 의사와 갖는 면담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결과 환자의 치료나 건강관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증진센터 신동욱 교수, 성균관대 의대 박재현 교수,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불충분한 의사와의 면담시간이 암 진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이

국제 학술지인 ‘암에 대한 지지 치료(Supportive Care in Cancer)’ 최근호에 실렸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전국 9개 국립대병원(강원대, 충북대, 충남대,

전북대, 화순전남대, 경북대, 부산대, 경상대, 제주대병원)의 지역암센터에 내원하는

2556명의 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환자가 느끼는 평균 진료상담시간, 환자가 선호하는

진료상담시간, 나이, 성별, 교육수준, 경제수준, 불안 우울 여부, 암 종류 등의 요소들을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했다. 이는 암 생존자들이 의사와의 면담시간이 충분하다고

느끼는지, 충분치 못하다고 느낄 때 야기되는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들은 평균 진료상담 시간이 9.1분은 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느끼는 평균 진료상담 시간은 7.1분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2556명의 암 생존자 중에서 37.1%(985명)는 의사와의 면담이 불충분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특히 젊은 환자, 여성 환자, 고학력자 환자일수록 면담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 환자군은 본인의 항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인들에 흔하게 발생하는 6대 암(위암, 폐암, 간암, 직결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이외의 암을 가진 환자군도 6대 암을 가진 환자군에 비해 진료면담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암 정보와 환우회와

같은 환자자조모임이 대부분 6대 암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불안이나 우울함을 느끼는 환자군도 그렇지 않는 환자군에 비해 진료면담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이는 우울한 환자들이 상담 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느끼는 경향도

있지만 의사들이 항암 진료에 집중한 나머지 한정된 시간에 환자들의 심리 문제까지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가 의사와의 면담시간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암에 대한 정보 요구도가

더 높았으며, 항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욕부진, 피곤, 피부홍조, 쑤심, 탈모와

같은 신체 증상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담당 의사에 대한 신뢰도와 진료에 대한 만족도 저하로 이어져서, 병원을

계속 다니려는 의욕까지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대병원 신동욱 교수는 “최적의 암 치료를 위해 환자의 주관적인 요구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정도의 면담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간당 많은 환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국내의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직접적인 암 치료 이외의 전반적인 건강관리나 심리 상담에 대한 요구는 암 전문의와

다른 의료진의 협진을 통해 충족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암환자들의 암 치료 이외의 건강관리를 돕기 위해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암 환자 및 암 완치자를 위한 검진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서울대학교 암병원을 개원해 건강증진분야의 전문의들이 암 치료 이외에

필요한 암환자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안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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