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회장 현장경영, 흉막섬유종의 원인?

70년대 건설현장서 석면 흡입한 탓일수도

13일 타계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2001년 미국 코넬대학교 병원에서 흉막섬유종

수술을 받으면서 투병을 시작했다.

흉막섬유종은 폐를 둘러싸고 있는 두 겹의 막인 흉막(늑막)에 섬유세포가 증식해

생긴 종양이다. 악성, 즉 암인 경우 흉막 사이의 공간에 물이 고여서 숨쉬기가 힘들고

등과 가슴이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양성인 경우에도 드물게 종양이 커지면

가슴이 아프고 기침을 하거나 폐와 심장이 눌려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증세가 나타난다.

박 회장이 앓은 것은 희귀암인 악성 흉막섬유종일 가능성이 있다.

흉막섬유종의 가장 큰 원인은 석면을 폐로 흡입하는 것이다. 석면은 섬유 구조를

가진 광물로서 열에 강하고 열을 잘 전달하지 않으며 마모가 잘 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슬레이트를 비롯한 건축자재, 공장이나 건물의 단열재 등으로

국내에서 폭넓게 사용돼 왔다.

고인이 활약하던 1970, 80년대는 산업현장에서 석면이 다량으로 쓰였던 시절이다.

고인은 특히 포항제철 건설 현장에 아예 상주하면서 현장을 누비는 경영을 펼쳤기

때문에 석면에 오랜 기간 노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 병원 산업의학과의 김윤신 교수는 이와 관련 “70, 80년대의 공장 건설

현장에선 석면이 대량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여기에 오래 노출됐다면 폐에 섬유종이

생길 위험이 매우 크다”면서 “고인이 이런 경로로 석면을 흡입해 흉막 섬유종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흉막섬유종은 그 자체가 희귀 질환인데다 증상이 다른 폐질환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진단이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에서 조기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지내다 뒤늦게

미국에서 병명을 확인하고 수술을 받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

고인은 몇 개월 전부터 호흡곤란 증세를 겪다 숨쉬기를 힘들어 하다 지난달 9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다. 이틀 뒤 한쪽 폐와 흉막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흉막섬유종이나 결핵으로 폐가 심하게 손상됐을 때 하는 수술이다.

고인의 주치의인 장준 호흡기내과 교수는 13일  “지난달 수술 때 보니

폐 부위에서 석면과 규폐가 발견됐다”며 “이런 물질들 때문에 발생한 염증으로

폐에 석회화와 섬유화 병변이 일어났고 흉막 유착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젊은 시절 고인의 폐에 달라붙은 석면이 흉막섬유종이나 폐섬유화 등의 질환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고인은 지난 5일 한개 남은 폐에 이상이 생겼다. 수술 후 약해진 조직에 염증과

출혈이 생겨서 ‘급성 폐손상’이 발생한 탓이다. 이후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오다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안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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