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이츠펠트야곱병, 추가 환자 가능성

‘이식 감염’환자에 사용한 수술기구 재사용

국내에서 ‘의료행위로 인한 크로이츠펠트야곱병(iCJD)’ 환자가 처음 확인됨에

따라 이 환자를 수술한 기구를 통해 다른 환자들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 병의 잠복기는 최대 31년 이어서 2018년까지는 추가 환자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CJD는 변형 단백질인 ‘프리온’이 뇌조직에 침범해 주변의 정상단백질을 계속

변형시키는 질병. 환자는 치매와 운동능력 상실 증상을 보이다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사망한다. 종류는 광우병이 사람한테 전염돼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발병 환자의 인체 부위 등을 이식하는 의료 행위 탓에 전염되는 ‘의인성(醫因性)’,

유전자 돌연변이로 일어나는 ‘산발성’, 유전에 의한 ‘가족성’의 4가지가 있다. 국내에서

산발성 환자는 2007년 확인된 일이 있으나 의인성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이번의 의인성 환자는 오염된 뇌경막을 이식한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이식 수술에

사용했던 도구가 병원체에 오염된 채로 다른 환자의 수술에 그대로 사용돼 추가 전염을

일으켰을 위험이 크다.

◆첫 의인성(醫因性)CJD 환자 확인 =29일 질병관리본부와 한림대 의대 김윤중

교수팀에 따르면 54세의 한 여성이 지난해 6월 감각장애와 정신이상, 운동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다 1년만에 숨졌다. 사망자의 생체조직을 검사한 뒤 동물에 이식한 결과

CJD 증상이 나타나 의인성 CJD 환자였던 것으로 판명됐다. 김 교수는 이런 내용을

지난 7월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으며, 관련 논문은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11월호에 발표했다.

이 여성은 1987년 뇌종양 절제수술을 받은 뒤 다른 CJD 환자의 뇌경질막(뇌를

둘러싼 바깥쪽 막)을 원료로 한 독일 제품을 이식 받은 탓에 CJD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경우 잠복기는 15~31년이며 발병 후 생존기간은 1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인성 환자는 20개국에서 400 여 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감염원인은 발병

환자의 뇌 경질막, 뇌하수체 호르몬, 각막 등의 이식과 프리온에 감염된 수술기기

등이다.

김윤중 교수는 논문에서 “환자의 뇌 전두엽 영역에서 생체 조직검사를 한

결과 프리온 단백질의 침전이 확인됐다”며 “라이요두라(Lyodura)라는 제품의

뇌경질막을 이식 받은 뒤 CJD에 감염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 본부 관계자는 부검을 통해 뇌 조직검사를 하고 병력추적을 통해 iCJD

환자로 추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해외 역학 연구에서 200여건의 사례가 있었고, 대부분

같은 제품을 사용했다는 것이 중요한 추정근거다. 지난 9월 사망자의 뇌경질막을

추출해 동물의 뇌에 이식하는 실험과 전문가 회의를 통해 이 제품이 CJD 감염의 원인이었음을

확인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사체를 이용한 뇌경질막 제품 라이요두라=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 제품이

지금도 쓰이고 있지만 현재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라이요두라(Lyodura)는 독일

‘비브라운’사가 1969년 인간 사체의 뇌경막을 이용해 개발한 제품으로 주로 신경외과

수술에서 사용돼왔다. 국내에는 일부 수입돼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환자에게

이식된 뇌경막은 87년 4월 이전 생산된 것으로 보인다.

비브라운사는 1987년 이후 CJD를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인 프리온을 불활성화하는

처리를 강화했다. 그 뒤엔 ‘Lyodura’ 사용에 따른 iCJD 발병 사례가 급격하게 줄었다.

식약청이 업무를 시작한 1988년 이후  인간에서 채취한 뇌경막 이식편의 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은 소나 돼지 등 동물 경막이나 합성소재를

이용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다.

◆추가 환자가 있을 가능성=질병관리본부는 추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 CJD 환자에 대한 대대적인 역학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망 환자가 제품을

이식한 1987년을 전후해 국내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이식사례, 제품 사용현황,

환자 발생 및 사망 여부 등을 역추적한다는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감염병센터장은

“당장 전문가 위윈회를 구성하고 조사요원들을 병원에 보내 실태조사를 벌일

방침”이라며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향후 대책마련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의 환자가 수술을 받은 병원과 라이요두라 수입업체 등을 추적 조사했으나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고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9일 밝혔다.

당시에는 건강보험 시스템도 없던 시기여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수술통계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문제는 1987년 뇌경막을 이식했던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다른 환자들이 감염됐을

가능성이다. 이식 수술도구가 프리온 단백질에 오염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온은

기존의 살균처리 과정으로는 죽지 않는다. 섭씨 121도로 30분 이상 가열하거나 과염소산나트륨

원액에 1시간 가량 담가두지 않는 한 소독이 불가능하다. 1987년 당시나 그 이후

상당기간 해당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들은 최장 31년이라는 잠복기가 끝나는 2018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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