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하면 약값 폭등” 진실 or 괴담?

국내 약값 폭등, 다국적사 배불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할 당시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2006년 2월 <국정

브리핑>에서 한미 FTA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한미 FTA를 통해 낡은

일본형 경제 시스템을 버리고 미국형으로 개조하는 게 우리의 살 길입니다.”

그의 말대로 한미 FTA의 진짜 목적은 미국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제도가 김현종의 말대로 결코 ‘선진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의료 제도다. 미국의 의료 제도는 영화 <식코>에서 잘 표현된

대로 국내 총생산(GDP)의 17퍼센트를 의료비에 쓰면서도 인구의 6분의 1이 보험증이

없고 약값은 가장 비싸게 만드는 제도다.

그의 말대로 미국 의료 제도가 한국에 이식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국민

대다수에게 재앙일 것이다. 한미 FTA로 한국에 이식될 의약품 제도나 영리 병원 등에

관한 조항 등을 보면 한미 FTA는 미국 의료 제도의 이식, 즉 의료 민영화로의 방향

전환이다.

한미 FTA 내용 중 의약품에 적용되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를 살펴보자. 이는

미국, 그리고 미국과 FTA를 맺은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만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간단히 말해 의약품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다국적 제약

회사의 특허 약에 대해서는 20년의 물질 특허가 적용된다. 이 기간이 끝나야만 값싼

복제 약품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시행되면 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더 늘어난다. 다국적

제약 회사가 한 품목에 관련 특허를 여러 개 걸어놓고 계속 특허를 연장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왜 이런 제도가 생겼을까? 다국적 제약 회사들은 특허 기간을 1년만

연장해도 수십억 달러의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국적 제약 회사가

의약품 하나로 1년 동안 버는 돈이 1조 원이 넘는다(이러한 의약품을 그들은 ‘블록버스터’라고

부른다). 어떻게든 특허를 연장하려는 것은 다국적 제약 회사로 봐서는 목숨을 건

시도인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특허 때문에 전 세계의 HIV/에이즈 환자들은 1년에

300만 명이 약을 구경해보지도 못하고 죽어간다.

이제 이런 이야기는 후진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의약품 특허가

연장되면 값싼 복제약(카피약)의 시판이 늦어진다. 그에 따른 부담은 환자들과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돌아간다. 국민의 보험료와 세금이 느는 것이다.

한국에 이식되는 의약품 제도는 이것만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한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값을 결정했다. 다국적 제약 회사가 불만이 있어도 이에

대해서는 한국에 약을 안 판다고 우기거나(노바티스의 글리벡이 대표적 예다) 소송을

걸어야 했다. 그런데 한미 FTA가 비준되면 약값 결정 과정은 “독립적 검토 기구”라는

관문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이 기구는 한국 정부는 일체 관여할 수 없도록 되어있고

임기 내에는 그 구성원을 파면할 수도 없다. 미국은 여기에 미국 제약 회사가 직접

참여하도록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렇게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 독립적 검토 기구는 한국 정부가 약값을 결정해도 거부 권한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 회사가 참여한 기구가 약값 결정에 참여하게 되고 거부권을 가지게

된다면 약값 상승은 당연할 것이다. 나는 지금 가정법을 써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불행히도 이러한 독립적 검토 기구가 도입되는 나라는 한국이 세계 최초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독립적 검토 ‘절차’만 규정되어 있다.)

미국은 전 국민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없는 유일한 선진국이고 이 때문에 정부가

운영하는 노인 건강 보험(메디케어)의 약값도 보험 회사와 제약 회사가 결정하는

유일한 나라다. 그러니 미국에서는 제약 회사가 약값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전 국민건강보험을 하는 어떤 나라도 제약 회사에게

약값 결정 권한을 맡기지 않는다. 미국의 약값은 세계에서 제일 높다. 한국의 약가는

미국의 35퍼센트 정도다.

약값이 얼마나 오를까? 대폭 오를 것이다. 당장 약값 폭등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10년에 1조 원 정도 더 부담하면 될 것이라는 계산은

지나치게 축소한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한국에 3조~4조 원의 약을 파는 다국적

제약 회사들이 1년에 1000억 원 매출이 늘어난다고 한미 FTA를 그토록 환영하고 칭찬하는

성명을 내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협회(PhRMA)가 실제로

발표한 성명 얘기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05년 미-오스트레일리아 FTA를 통해 한국보다 조금 나은 의약품

협정을 맺었다. 그전까지 오스트레일리아의 의약품제도(PBS)는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강력한 약가 통제로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 오스트레일리아의 의약품 제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미-오스트레일리아 FTA 의약품 분야 협상에도 참여한 토머스 폰스(Thomas

Faunce)오스트레일리아 국립 대학 교수는 FTA 이후 5년이 지난 상황에서 한마디로

‘오스트레일리아의 공적 의약품 제도가 붕괴했다’고 평가한다.

특허 약품에 대해 약값을 높게 책정해주는 제도가 생겼고, 이 가격은 시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고, 국내 제약사들은 기반이 취약해져서 연구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이 떨어졌다는 말이다. 지금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의약품 산업의 발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2000년 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환자들의 투쟁이 있다. 만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라는 약을 노바티스라는 다국적 제약 회사가 한 알에 2만5000원으로 올리겠다고

주장하자 백혈병 환자들은 거리로 나섰다. 약을 먹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환자들에게

하루에 4~8알, 한 달에 300만~600만 원은 너무도 비쌌다.

병마와 싸워야 할 환자들과 그 가족은  한국 노바티스 앞에서,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약값을 내리라고 시위를 해야 했다. “약이 없어 죽을 수는 있어도 돈이

없어 죽을 수는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여러 환자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시위에는 나오시지 마시라”는 이야기에 “나는 어떻게 되든 뒷사람은

살아야지”라고 하셨던 그 분들의 말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한미 FTA는 이처럼 백혈병 환자들과 시민 단체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약가

적정화 방안’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협정이다. 노무현 정부는 약가 적정화 방안으로

5년 동안 5조 원의 약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한미 FTA 체결 이후

노무현 정부 때부터 훼손되기 시작한 약값 인하 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껍데기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한미 FTA는 이제 이 약값 인하 방안에 종지부를 찍고

되레 약값을 올리는 정책으로 바꾸려 한다.

전 국민건강보험을 시행하는 나라에서 특허 약품에 높은 약값을 책정하도록 하고,

특허를 연장하며, 제약회사가 약값 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거부 권한을 가지게 하다니.

제 정신이라면 도저히 도입할 수 없는 제도가 한미 FTA다.

한미 FTA는 약값을 대폭 상승시킬 미국의 의약품 제도를 한국으로 이식하는 것이다.

한미 FTA 의약품 분야 협정으로 인해 얻는 이익은 정확히 다국적 제약 회사들의 몫이다.

꼭 그만큼 손해 보는 것은 한국의 환자와 국민이다. 이를 다른 말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한미 FTA는 환자와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다국적 제약 회사의 배를 불리는

협정이라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 글은 지난 4일 프레시안에 게재된 내용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 것입니다.>

       

 

급격한 약값 상승은 없다

항간에서는 한미 FTA 도입과 함께 약값이 폭등하고 국내 제약산업이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고들 한다. 이런 소문의 근거가 되는 한미 FTA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자.   

1. ‘특허-허가 연계 제도’ 도입에 따른 복제약의 약가 상승

우려

먼저

한미 FTA와 함께 도입되는 ‘특허-허가 연계 제도’에 따라 특허권이 연장되고 복제약

출시가 지연되며 복제약의 약가가 상승한다는 우려를 살펴보자.

의약품 ‘특허-허가 연계제도’는, 특허권자는 신약에 관련된 특허들을

특허목록에 등재하며 복제약이 이들 특허권의 존속기간 중에 출시를 예정하고 식약청에

허가를 신청하게 되면 특허권자에게 이를 통보하며(‘통보의무’, 발효 후 즉시 이행),

이에 특허권자가 침해소송 등을 제기하면 식약청에서는 복제약의 허가에 관련된 심사는

진행하되 허가시점을 소송 결과가 나온 뒤 또는 신청 후 일정기간까지 보류하는 것이다(보류기간은

12개월로 예측된다. 발효 3년 후 이행).

이 제도의 취지는, 특허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복제약을 출시하는

경우에는 식약청의 허가를 받기 전에 먼저 특허심판원이나 법원의 1심 정도의 판단을

받을 때까지 허가를 보류하는 것이다. 복제약 허가신청 후 식약청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이 현재의 2~3개월에서 최대 12개월 정도까지 늘어나는 것일 뿐이다. 특허권자의

소송제기로 복제약의 출시가 무기한 저지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다국적 제약 회사가

한 품목에 관련 특허를 여러 개 걸어놓고 사실상 특허를 계속 연장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지금도 전세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특허 보호제도이지 한미

FTA에 의해 새로이 도입되는 제도가 전혀 아니다.

또한 복제약이 식약청의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신약의

경우와 달리 임상 1, 2, 3상은 진행하지 않고 생동성 시험 등의 비교 임상시험 자료만을

제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같은 생동성 시험 자료 준비기간과 식약청 허가 신청

시점을 앞당김으로써 일정기간 허가 보류에 따른 복제약의 출시지연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앞의 ‘통보의무’ 도입과 관련해서는, 현재도 복제약의 허가신청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특허권자가 인지할 수 있으므로 현재와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다만 특허침해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복제약 출시를 계획하는 일부

제약사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미 FTA의 ‘특허-허가 연계 제도’ 도입에 따라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늘어날 여지도 없고 복제약의 출시가 지연될 가능성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복제약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고 하는 주장의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 ‘독립적 검토기구’ 도입에 따른 신약 약가상승 우려

다음은 한미 FTA와 함께 도입되는 신약의 약가 결정 등에 대한 ‘독립적

검토기구’에 따라 신약의 약값이 폭등한다는 우려에 대하여 살펴본다.

한미 FTA에 의해 도입되는 ‘독립적 검토기구’는 이번에 개정되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규칙」에 반영돼 있다.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를

신설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결정한 약가에 이의신청이 들어오는 경우

이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심평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심평원에서는 이를 참고로 하여

약가를 재심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기구에서 독자적으로 약가를 결정하거나

심평원에서 결정한 약가를 번복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따라서 위 기구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신약의

약가는 심평원의 약물 경제성 평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업체 간 가격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심평원의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제3의

이의 신청기구의 검토의견을 참고하여 재심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독립적

검토기구’ 신설에 의해 신약의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주장은 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3. ‘신약개발’의 모티브 제공과, ‘특허 도전’의 활성화

일반적으로 다국적 제약 회사는 하나의 신약에 대하여 특허를 여러

개 걸어 놓고 사실상 특허를 계속 연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내용에

비해 새롭고 진보된 내용이 있으면 모두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존에 해열진통제로 특허를 받았지만 나중에 혈전용해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면 새로이 용도 특허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하루 세 번

투여하던 약물을 1주에 한 번만 투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약제를 개발한다면

이 또한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예는 자동차나 핸드폰 등 일반 발명에서도

허다하다.

특허권자는 원천특허를 획득한 이후에도 계속적인 연구를 통해 후속

개량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확보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제품에 대한 특허를 연장해갈

수 있다. 이를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는 ‘라이프 사이클 관리(Life Cycle Management)’라고

하고, 후발주자의 입장에서는 ‘특허 영구화(Evergreening)’ 전략이라고 한다.  이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특허의 현실이지 한미 FTA에 의해 새로이 도입되는

제도가 전혀 아니다.

신약 개발사 입장에서 ‘특허-허가 연계 제도’는 무분별한 특허침해를

미리 막고 특허권을 더욱 잘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복제약 회사 입장에서는

‘특허목록’을 살펴보고  사전에 대책을 세울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이기도 하다.

부실하거나 회피 가능한 특허가 있다면 이를 선별하여 허가 신청

전에 미리 특허 무효심판이나 권리범위 확인심판(‘특허도전’이라 한다)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복제약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확인한 뒤 출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한마디로 특허-허가 연계 제도는 국내 제약사에게 신약을 개발할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부실한 특허에 ‘도전’할 기회도 제공해준다.  

4.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한 국내 제약산업의 활로 모색

1983년부터 ‘특허-허가 연계 제도’를 시행해온 미국은 신약 개발로

성공한 다국적 제약사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또한 미국 시장에서 복제약으로 성공하여

세계적인 회사가 된 경우도 많으며(미국의 마일란사, 캐나다의 아포텍스사 등), 미국시장에서

복제약으로 출발하여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어낸 외국 회사도 많다(이스라엘의 테바사,

인도의 랜박시사).

우리나라 제약사들도 최근 국산 신약과 복제약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이 제도가 근본적으로 신약의 특허권자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복제약의 출시를 장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 제도가 정착되면 우리 제약사들의 미국시장 진출이

더욱 쉬워질 것이다. 각 제약사의 규모와 전략에 따라 신약 개발과 복제약 판매를

모두 활성화하여 세계적인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 결론

세계는 지금 다자간 협상(WTO)의 시대로부터 양자간 협상(FTA)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변화의 물결이 올 때는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빨리 물결을

타는 것은 생존을 결정하는 것이고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과거 변화의 물결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해 뼈저린 아픔을 당한 경험이 있다. 지혜로운

민족과 미련한 민족의 차이는 동일한 실패의 전철을 다시 밟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안소영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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