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기우는 방향 따라 의사결정 달라진다

왼쪽에 있는 숫자 오른쪽보다 작게 생각

우리는 어떤 결정을 어떻게 해서 내리는지 항상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적인 감정이나 지각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정보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로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는 않아도 우리 몸 자체를 들 수 있다. 즉, 의사결정은 다른 인지과정과 마찬가지로 기억, 시각 이미지, 사람이 취하는 자세 같은 인체 정보 등 다양한 내용을 종합하여 이뤄지는 것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에라스무스 대학교 연구팀은 사람의 몸을 한쪽 방향으로 기울게 조작한 다음, 그것이 크기, 숫자, 비율과 같은 양적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먼저 우리가 숫자를 생각할 때, 마음속으로 작은 숫자가 왼쪽에 있고, 오른쪽에 있는 것이 큰 숫자라고 생각하는데, 이처럼 사람의 몸이 이쪽이나 저쪽으로 기울게 되면 뚜렷하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이 적거나 많은 평가를 내리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했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33명의 대학졸업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게임기 위(Wii)의 균형판 위에 서 있게 한 뒤 그들의 자세가 오른쪽과 왼쪽으로 기울게 하거나 곧바로 서 있도록 조작해 놓고 화면에 나타나는 질문에 평가를 내리는 대답을 하게 했다. 참가자들에게는 질문에 대한 정답을 모를 것이니 그냥 평가만 하라고 말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문제씩 말로 했다.

첫 번째 실험은 종류가 다른 것의 양적 차이를 평가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에펠탑의 높이와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그다음에는 같은 종류의 양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즉 네덜란드 여왕의 손자는 몇 명인가. 마이클 잭슨이 네덜란드에서 1위를 한 것은 몇 번인가 등. 대답은 모두 1에서 10까지 나왔다.

그 결과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오른쪽으로 기울거나 똑바로 서있었을 때보다 왼쪽으로 기울어졌을 때 적은 양으로 평가했다. 오른쪽이나 똑바로 서 있었을 때의 대답은 별 차이가 없었다. 또한 정답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 때는 인체의 자세가 어떻든 잘못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간의 인지과정이란 완벽하고 의식적으로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의사결정은 아무것도 끼어들지 않는 깨끗한 과정이 아니다. 모든 종류의 정보가 끼어드는데, 이 과정에서 인체가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연구를 막 시작한 셈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은 심리과학 학회(Association of Psychological Science) 학술지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며 과학정보 사이트 사이언스데일리가 8일 보도했다.

    남인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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