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오래 못사는가

자연계에는 오래 사는 종이 적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 화이트산맥의 브리슬콘

소나무는 현재 4800세다. 2006년 아이슬란드 연안에서 잡힌 대합조개는 나이테를

세어본 결과 405~410세로 밝혀졌다. 스웨덴 남부의 뱀장어는 1859년 이래 152년째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갈라파고스 거북은 190년을 산 기록이 있고, 10년 전

포획됐던 북극 고래는 아미노산 분석 결과 211세로 밝혀졌다. 이 고래는 1890년대

제작된 작살 촉이 박혀 있는 채로 살아가다 횡액을 당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기원전 4세기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109세까지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출생증명서가 있는 현대인으로는

1997년 사망한 프랑스 여성 지안느 칼멩 여사가 최장수인이다. 122년164일을 살았다.

이것은 현대인의 한계수명으로 추정된다.

수명을 늘리는 대표적 방법은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영장류·생쥐·들쥐·거미·예쁜꼬마선충·윤충·초파리

등에서 생명 연장 효과가 확인됐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에서는 1989년 이래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노화가 늦어지며 암·당뇨·심혈관질환·뇌

위축 등의 노화 관련 질병이 늦게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시작 당시 원숭이들의

연령은 7~14세였다. 이들이 20세가 됐을 때 칼로리 섭취를 제한한 그룹은 80%가 생존해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그룹은 절반만 살아남았다. 인간의 경우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콜레스테롤, 공복 혈당, 혈압이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노화와 관련된 질병의

지표다.

또 다른 방법은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소크생물학연구소의 과학자팀은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초파리와 인간이 공통으로 보유한 장(腸)

줄기세포 유전자(PGC-1)를 조작해 장의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50% 늘리는 데 성공했다.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면 세포 내의 에너지 생산공장인 미토콘드리아 숫자가 늘어나는데

연구팀은 PGC-1 유전자를 과도하게 발현시켜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 연구를 주도한

레안느 존즈 교수는 “인간의 소장과 초파리의 장은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고 강조했다.

의과학의 발전에 따라 노령 인구가 크게 늘어날 테지만 노화 자체를 정지시키는

연구 성과도 함께 나올 터이다. 지금 태어나는 세대는 100세를 거뜬히 넘기며 건강한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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