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장이 돌연 사퇴한 이유는?

“노조 시위 탓” - “파업도 하지 않았는데”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지난 달 31일 보건복지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4월 의료원이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초대 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 5개월만이다.

원래  임기는 3년이다. 그가 사퇴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날 국립의료원에서 낸 자료를 통해 “해마다 정부 출연금으로 운영하는

공공 병원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지켜보는 심정이 매우 서글프고

안타까웠다”면서 “특히 한 사람의 의사로서 파업 전야제라며 (지난 29일)

입원실 바로 옆에서 노동조합원들이 커다란 확성기를 이용, 입원 환자들을 괴롭힌

상황에 대해 죄송스럽기 그지없었다. 다시 한 번 환자분들께 정중히 사과 말씀을

올리며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1일에도  “내부 직원들은 확성기를 틀지 못한다. 그럴 배포도

없다. 그런데 확성기 소리가 들리자 ‘상급단체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곳을 떠나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내가 떠난 결정적 이유는 확성기

소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뜬금없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1일  “원장이 노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핑계일 뿐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이유 때문인지 노조 차원에서 확인

중”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애초 협상 결렬로 지난 30일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일단 유보하고 추가 협상에 나서기로 한 상태였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원장이 독불장군 같고 괄괄한 성격인데 의료원에

와서 자기 마음대로 된 일이 없었다”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많은데다 이것이 자신에게 부담으로 올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노조를 핑계로 사퇴한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국방의료대학원은 열심히 추진하다가 결국 무산됐고 의료원도 원지동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의료원 산하 외상센터를 짓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이것도

실패했다. 특히  의료원이 서울 원지동 이전을 전제로 법인화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을지로 부지 매각대금을 국민건강증진기금에 출연토록 한데 대해 (박 원장)본인도

불만이 있었고 이를 바꿔 보려고 하면서 복지부 관계자와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조회 시간에 직원들에게 ‘법인화를

왜 반대하지 않았느냐’며 불만을 표출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원장은 노조는 물론, 병원 직원들과 대화를 하지 않고 지시만 내린다.

지난해 10월 전 직원이 운동화를 신고 출근해 근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일방적이었다.

또한 서울대 의사들만 좋아해서 편애가 심하다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립중앙의료원의 고위관계자는 “매각·이전 문제는 오래전부터

노조가 반대해 왔는데 이를 포함한 노조와의 문제로 원장이 고심을 해왔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원장의 사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상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료원 기능 재조정과 이전 문제를 두고 박 원장과 복지부 실무자

간 의견 대립이 있어 왔으며 복지부의 지나친 간섭이 사표 제출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지금껏 제기된 것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는 아직 박 원장의 사직서 수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황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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