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부산으로 옮기는 방법

상상력을 깨우는 열린 문제

가을 취업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면접 시험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북한산을 어떻게 부산으로

옮길까?” 다음은 필자가 생각해 본 답이다.

첫째, 부산 인근의 토사로 북한산과 같은 지형을 만들고 백운대나 사모바위 등의

상징적인 암석만 실물을 옮긴다. 어차피 산을 크레인으로 파내서 트럭에 싣는다 해도

그 순간 그것은  ‘토사’로 변하기 때문이다.

둘째, 산 전체를 가로 세로 2미터, 깊이 5미터씩 차례로 절단해서 냉동한 뒤 밀폐

용기에 넣어 부산까지 트럭으로 옮긴 뒤 하나씩 재조립한다. 셋째, 산 전체를 거대한

삽으로 떠서 옮길 수 있는 거대한 로봇을 개발한다.

원래 이런 질문에 ‘정답’ 같은 것은 없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다음 질문은 그렇지 않다.

"서울에는 얼마나 많은 피아노 조율사가 있을까?"  

답:  (1) 서울 인구는 1천만 명으로 가정한다. (2) 한 가구에 2.5명이 산다고

가정하면 총 가구수는 400만이 된다. (3) 40가구 당 피아노 한대가 있다고 가정하면

서울에는 총 10만대가 있다. (4) 피아노 조율은 일년에 한번씩 한다고 가정한다.

(5) 조율사는 하루에 네 대의 피아노를 조율하면서 일년에 250일 일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한 명이 일년에 1천대를 조율할 수 있다. (6) 일년에 10만 회의 조율이 이뤄지려면

100명의 조율사가 필요하다( 10만/1천 =100). 이것은 학교나  오케스트라, 공연장

등에서 보유한 피아노를 제외한 추정이다.

이런 질문과 해결법은 페르미 문제, 페르미 추정이라 불린다.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1901-54)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전세계에 있는 해변의 모래알 수는?”  등의 질문을 던진

것으로 이름높다. 그가 창안한 피아노 조율사 문제는 근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면접에 “세계에는~”이란 형식으로 출제된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은 좋은 질문이라 할 수 없다. 지식이 아니라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려면 정답이 없는 ‘열린 질문’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MIT, 칼텍, 콜럼비아 같은 명문대학은 페르미 추정을 가르치는 강좌를

항시 개설해두고 있다. 위의 회사들은 은연 중 명문대 출신을 뽑고 싶었던 것일까?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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