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중 색전증 사망, 의사책임 없어

“남편이 날 여자로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정숙씨는 45세입니다. 22살에 영문과를 졸업하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방송국 PD로

들어갔습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키와 외모로 탤런트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마치 천사같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쫓아다니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퇴직하였습니다.

그 사이 입사동기들이 부서책임자로 승진한 것을 보곤 부럽기도 했지만, 전업주부로

외동딸 교육에 전념하면서 일류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시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출산 후 어느 때부터인지 남편으로부터 ‘몸이 많이 건실해졌다’, ‘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 몸매를 빗댄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지만 우스갯소리로 지나쳤습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가진 잠자리에서 질이 헐거워졌다는 말을 듣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부부관계가 뜸해진 것을 나이 탓으로만 생각하였으나,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민 끝에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의사는 수술을 권하였습니다.

40대 중반에 들면 피부가 늘어지는 것처럼 질도 늘어지는데, 질성형수술을 받으면

처녀 때처럼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부작용도 별로 없고 시간도 30~4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간단한 수술이고, 한 달만 지나면 부부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하여 곧바로 수술날짜를 잡았습니다.

남편으로부터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수술하러 가는 날도 남편과

딸에게 “오후에 친구 만나러 가는데 조금 늦을지 모른다”고만 하였습니다. 그것이

가족과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정숙씨가 수술을 마칠 무렵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입에 거품을 흐르면서 전신이 파랗게 변하고, 결국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하였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 결과 색전증으로 밝혀졌습니다. 피떡 같은 것 때문에

혈관이 막히는 색전증은 미리 알 수도 없고, 발생하면 사실상 치료방법도 없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이 때문에 법원은 색전증으로 사망하거나 식물인간이 된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에게 법적 책임을 거의 인정하지 않습니다.

색전증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술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중증

뇌동맥류나 심근경색증은 수술하지 않을 경우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으므로 색전증

위험이 있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불가항력적 사고란 수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전제합니다. 그러나 미용성형수술은 불가항력적 상황이 아니라 선택에 의한 수술이

대부분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미용성형도 더 이상 20~30대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50~60대, 심지어는 70대 할머니들도 미용성형수술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젊음을 되찾고 싶고, 예뻐지려는 심리가

인류를 발전시킨 것도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성형수술이 늘어나는 현상과 비례해서

그에 따른 의료사고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술이 아닌 운동이나 영양, 식이요법

등의 예방책을 선택하는 방법이 좋겠지만 꼭 수술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에 대한 부작용,

합병증, 사고 등의 위험성을 알고,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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