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이식 기증자 찾기 쉬워졌어요”

서울아산 의료진, 새 이식법 효과 입증

수많은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이식은 최후의 치료법이다. 자기에 맞는 골수를 기증받으면

살고, 못 받으면 가족 친구와 영원히 헤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골수를 이식 받으려면 골수세포에서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군인의

견장’과도 같은 ‘사람백혈구항원(HLA)’ 6개가 공여자 것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

의학계의 철칙이었다. 수많은 환자들이 6쌍이 맞는 사람을 찾지 못해 생의 끈을 놓아야

했지만 국내 의학자가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풀었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이규형 교수팀은 HLA가 절반만 일치하는 사람의

골수를 이식했더니 전부 똑같은 사람끼리의 이식과 결과가 비슷했다는 치료성적을

미국혈액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혈액(Blood)’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로써

환자가 자신에게 이식받을 골수를 찾아 국내외를 헤맬 필요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HLA가 완전 일치할 확률이 부모 자식 간에는 50%, 형제간에는 25%이고 타인끼리는

20만 분의 1이지만 절반만 일치할 확률은 부모 자녀 간에 100%, 형제간에 50%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팀은 2004~2009년 급성백혈병 환자 68명,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 15명

등 모두 83명에게 반일치골수이식술을 시행했다. 급성백혈병 환자 가운데 34명은

골수이식을 받지 않으면 곧바로 이승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이 교수팀의 반일치골수이식

결과 백혈구가 면역반응을 이기고 혈액 내에서 기능을 하는 확률이 92%였다. 연구진은

또 골수이식 당시 건강상태가 괜찮았던 환자의 67%, 사경을 헤매고 있던 환자의 61%가

합병증 없이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이식된 골수에서 분화된 백혈구가 환자의

몸을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20%였다. 모두 HLA가 완전히

일치하는 골수를 이식했을 때와 비슷한 치료성적이었다.

이 교수는 “가족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HLA가 똑같은 골수 기증자를 찾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힘들다”면서 “반일치골수이식술은 기증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던 환자에게 시술 기회가 늘어난다는 데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09년 이 시술에 대한 중간 단계의 치료성적을 ‘미국골수이식학회지’에

발표했고 이번에는 좀 더 넓고 깊이 있게 이 시술법에 대해 연구해서 이 분야 최고

권위지에 발표했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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