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박테리아, 사람 단백질 모방하는 듯

면역계 회피하고 항생제 내성 갖추는 방법

치명적인 박테리아들은 사람의 단백질을 모방해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해나가고

항생제에 내성을 갖도록 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분자 모방’이라고 불리는 이런 현상은 어째서 과거엔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었던

많은 병원균이 최근 다시 창궐해 공중 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지를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미국의 응용유전체학연구소 연구팀은 치명적 병원균인 야토병(野兎病:들토끼병)균의

아종인 툴라렌시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인간에게 감염되는 병원균들의 그것과

매우 비슷한 메틸전달효소 단백질족을 여럿 찾아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들 단백질은 야토병의 숙주인 사람과 생쥐, 쥐 등에서도 발견됐다. 야토병균은

단 한 개만으로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그 독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메틸전달효소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야토균은 토끼를 비롯한 야생 설치류에 흔한 병원균으로 이들 동물에 물리거나

접촉하거나 여기에 감염된 음식이나 물을 마시거나 심지어 오염된 공기를 호흡해도

감염될 수 있다.  그 사망률은 3~7%에 이른다.

연구진은 이와 비슷한 메틸전달효소 단백질이 결핵균 등의 다른 병균에서도 발견됐으며

콕시엘라와 레지오넬라, 슈도모나스 등 다른 병원균에서도 그 아류형 효소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균은 유전자 염기서열이 매우 비슷하지만 조상이 병원균이 아닌 박테리아라도

염기서열에 비교적 작은 변화만 일어나도 병원균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몇 종류의 박테리아와 식물, 사람 등 동물들의 유전체를 비교한 결과 메틸 전달효소

단백질은 사람의 DNA에도 오솔로그(서로 다른 종에서 비슷한 유전자 서열이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를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런 증거들은 분자 모방 과정에서 야토병균 단백질의 역할을 짐작케

한다. 인체에 감염되면 이 병원균은 대식세포(병원균을 잡아먹는 면역계의 대형세포)

안에 200여개의 단백질을 쏟아 붓는다. 이들 단백질은 사람의 단백질과 너무도 비슷해서

면역계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연구는 야토병균의 독성이 진화한 경위, 그리고 숙주-병원균 관계를

결정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차세대 게놈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병원균 단백질과 사람의 그것간의

미세한 차이를 식별해내면 분자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