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고문 받는 환자 진료해야 하나?

생명윤리학자 “방치할 수만은 없어”

의사가 누군가의 고문행위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는 것을 국제법과 의사집단

모두 금지하고 있지만 의사의 개입이 불가피한 경우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생명윤리학자들의

논문이 나왔다.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 특수부대에게 사살되고 그의 은신처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다른 테러용의자들을 고문해서 알아낸 것이라는 뉴스가 이어진 가운데 나온

이 논문은 뉴욕의 해스팅스 센터에서 나왔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는 덴버 대학교

국제연구소 키아라 레포라 방문교수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제센터의 조셉 밀럼

박사다. 레포라 교수는 이전에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했다.

고문은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국제사면위원회는 세계 3분의1 이상의 나라에 퍼져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가 된 고문사건의 40% 이상에 외과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이 연루돼 있다. 최근 공개된 미 중앙정보국(CIA)의 자료에 따르면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수감자를 심문할 때는 의무국이 수감자의 건강상 유의할 점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했다.

공동연구진은 “고문행위자들의 요청에 의해 고문피해자를 치료하는 것은 결국

고문을 돕거나 고문을 방조하는 일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의사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거나 필요한 환자를 방치하는 것이 된다.

연구진은 “의료진에게 닥치는 이 딜레마는 현실이고 때때로 의사가 해야 할 올바른

일은 결국 고문에 공모자가 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이 제시하는 이런 딜레마에 처한 의사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고문의 공모

정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자기 행위가 자신, 피해자, 사회에 끼칠

결과를 분석하고 피해자의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 한다. 의사들은 자기가 고문행위자에

영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고문 가담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대신

의사들은 의사역할을 제대로 함으로써 고문행위를 완화하고 방지하며 잘못을 바로잡게

돕는다.

예를 들어, 의사는 훗날 고문행위 조사자들이 근거로 삼을 데이터를 은밀히 모을

수도 있다. 이 논문연구자들에 따르면 대부분 국제고문사건 조사위원회의 첫 번째

소스는 고문을 어쩔 수없이 도왔던 의사들이었다.  

공동연구진은 고문 없는 세상을 위해 의사들은 절대 고문에 연루돼선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고문이 만연한 나라에서 의사들은 사안별로 달리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피해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9일 온라인 논문소개 사이트인 유레칼러트가 보도했다.

    윤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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