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사망’, 통증 때문에 자살은 불가능?

의학자들 “망상 상태라면 안 아파서 가능”

1일 경북 문경시의 폐채석장에서 택시기사 김 모(58)씨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충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숨진 김 씨가 통증을 이겨낼 수 있었는지도 논란거리다.

의학자들은 “김 씨가 망상상태라면 통증을 덜 느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2006년 미국에서도 벌어졌었다. 23세 남자가 십자가에 자신을

못 박는 방식의 자살을 시도했다. 나무판자 두 장으로 십자가 모양을 만들어 자신의

거실에 세우고 한 손에 못을 박았다. 하지만 남은 한 손에 못을 박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구급차를 불러 목숨을 건졌다. 보통 사람은 통증 때문에 엄두를 못

낼 일이었다. 그는 당시 망상증을 보였으며 “컴퓨터 화면에서 신의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에 비해 이번 사건은 훨씬 더 세부적으로 예수의 십자가형을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자살인지 타살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자살로 볼만한 증거는 많다. 죽음에

앞서 집과 개인택시를 팔아 신변을 정리하고 십자가에 쓰인 목재를 손수 구입했으며

상세한 실행 계획을 담은 자필 추정 메모를 남겼다.  

물론, 방조자가 있었을 수도 있다. 시신이 발견된 십자가의 구조상 스스로 발등에

못을 박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탓이다. 발뒤꿈치가 십자가 기둥에 딱 붙어

있다는 게 문제다. 스스로 발등에 못을 박으려면 상체를 숙이거나 무릎을 구부려야

하는데 이 경우 앞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한 최종 실행에 앞서

흉기가 신체에 닿는 순간 머뭇거리면서 생기는 상처인 주저흔(躊躇痕)이 없다.

방조자의 존재 여부와 별도로, 김 씨 스스로가 십자가 사망이라는 결과를 원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 도대체 정신이 어떤 상태이면 이런 방식의 자살을 선택할 수 있는가?

김 씨의 자살을 전제로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물어본 결과, 그가 망상장애나 정신분열증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경란 교수는 “자신이 살아있는 예수이기 때문에

예수처럼 해야 한다는 과대망상을 가지고 있었거나 십자가형을 받지 않으면 다른

세력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망상이 심하면 환청이 들릴 수도 있다”며 “환청을 듣고 자기 성기를

자르는 등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순천향대병원 정신과 한성우 교수는 “종교에 대한 광신은 잘못된 믿음과 확신,

강한 신념에서 시작하는데 지나치게 강하면 망상에 도달할 수도 있다”며 “또 지나친

걱정이나 외부의 위협, 공포, 폭력 등으로 극도의 불안상태가 와도 판단력에 문제가

생기고 망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을 시도하는 순간은 이미 여러

분야의 판단력이 상실된 상태”라며 “극도로 심한 불면증을 겪을 때 또는 극한으로

공포나 불안에 노출될 때 생길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숨진 김 씨가 부활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예수가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부활절(4월 24일)을 전후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자신이 예수와 비슷한 선지자라 생각해 스스로

남들의 핍박과 죄를 짊어지고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약 부활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일부러 부활절 기간에 맞춰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도 실제로는

이미 정신병이나 성격장애 등 병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것이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았다가 강한 스트레스나 갑작스러운 생활의 변화 때문에 급속히

진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의문은 ‘그 엄청난 고통을 어떻게 참을 수 있었는가?’하는 것이다.

설사 방조자가 못질 등을 대신 해주었다고 해도 반사적으로 몸을 뒤틀어 상처가 찢어지기

마련인데 시신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

세브란스병원 김 교수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매우 고통스러워도 이미

판단력이 상실된 이후이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느끼는 고통보다

망상이 더 크면 고통을 못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한 교수는 “심한 정신병을 앓으면 뇌에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며

“섬망(譫妄)이나 해리(解離) 상태가 되면 신체의 감각 능력이 떨어지는데 특히 초점

감각은 극대화되고 말초 감각은 극소화되는 일종의 최면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정부힐링스병원 박석준 원장은 “이런 상태가 되면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교란이 생겨 뇌가 정상적인 반응을 하기 어려워진다”며 “김 씨가

최면 상태 때문에 통증을 못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자해를 하는 망상이나 정신분열증 환자 가운데는 자해당시 아픔을 덜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김 씨의 경우 약물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사망 현장에서 마취제

등은 발견되지 않은 대신 심장병 약이 든 통이 나왔다. 이 약에는 두꺼비 독(毒)성분이

들어 있어 대량 복용할 경우 온몸이 마비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씨가 이 약을

대량 복용했는지의 여부는 13일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오면

확인될 예정이다.

박도영 기자 catsal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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