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한 병에 2만원…건강을 마신다고?

의학계 “과학적 입증된 효과 없어”

대학생 김민정(가명, 22)씨는 늘 생수 ‘에비앙’을 갖고 다닌다. 강의시간에도

항상 책상 위에 올려두고 식당에 갈 때도 거기서 주는 물 대신 마신다. 일반 생수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더 깨끗하고 몸에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끔 입안이 텁텁하다고

느껴질 때는 카페에서 커피 대신 프리미엄 음료 ‘페리에’를 산다. 김 씨는 이제

한 손엔 ‘아메리카노’ 대신 생수로 습관이 변했다.

TV 드라마에서 여배우가 “저는 산소수 아니면 안 마셔요”라는 대사를 날리는가

하면 한 할리우드 스타는 레스토랑에서 ‘에비앙에 삶은 콩 요리’를 주문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에비앙’으로 마돈나는 목욕을 하고, 킴베이싱어는 머리를 감는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프리미엄 생수는 젊은 층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돼 가고 있다.

물이 ‘프리미엄’의 옷을 입으면서 “바텐더, 여기 생수 한 병”이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게 됐다. ‘워터카페’에서는 친구와 테이블에 앉아 커피가 아닌

물을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자신이 마신 ‘특별한 물’을 인증샷으로 블로그에 자랑한다.

물을 전문으로 파는 ‘워터바’에서는 ‘워터어드바이저’가 다양한 물에 대한 맛과

효능을 설명하며 고객에 맞는 물을 추천해준다. 특급 호텔이나 서울 강남 지역 레스토랑에서는

차별화된 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와인리스트와 함께 워터리스트를 제공한다.

프리미엄 생수는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한 병 1000원대의 비교적 값싼 물이 있는가

하면  2만원이 훌쩍 넘는, 와인보다 비싼 생수도 있다.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병을 디자인한  ‘에비앙 폴스미스’ 한정판은 국내에서 한 병에 2만5000원에

팔렸다 ,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이라는 스와롭스키 스타일의 ‘블링 H2O’는 미국에서

한 병에 5만원 가까운 값에 팔리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춘’은 21세기에 물 산업이 석유산업을 추월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1월 관세청이 발표한 생수 교역동향에 따르면 2010년 생수 평균 수입가격은

리터랑 0.93달러로 원유 수입가격인 0.5달러의 거의 두 배였다. 물량 또한 지난해보다

19% 늘어난 1만60t(톤)이나 수입됐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생수란 500ml에 1000원 이상인 것을 말한다. 그러나 비싸다고

해서 모두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없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데 크게 빙하수,

해양심층수, 기능성 물, 베이비워터, 탄산수, 일반 생수 등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빙하수는 지구가 공해에 오염되지 않았던 시절에 만들어진 물이라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기능성 물은 미네랄이 풍부해 다이어트를 비롯해 당뇨나

아토피 개선 등 각종 병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해양심층수는 수심 3000m

이하에서 2000년 이상 숙성돼 천연 산소는 물론 칼슘, 불소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중 어디에 속하든 프리미엄 생수는 일반 생수보다 물속에 천연 칼슘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리미엄 물을 마시는 사람들은 자신이 “물이 아닌 건강을 마신다”고 표현한다.

한 생수업계 관계자는 “아직 프리미엄 물의 개념이 퍼지지 않아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데 시간이 걸리는 나라도 있다”며 “한국은 이미 프리미엄 물이 좋다는 사실이 소비자

사이에 퍼져 있어 시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생수업계 관계자는 “저마다 다양한 기능을 내세우지만 의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제품은 없다”며 “특히 수입 생수는 제조국에서 만든 품질설명서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 실제로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어서 사실 여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영양학회가 남녀 성인에게 제시한 미네랄 1일 권장 섭취량은 칼슘 700~800mg,

나트륨 1100~1500mg, 칼륨 4700mg, 마그네슘 280~350mg, 불소 2.5~3.5mg 등이다.

프리미엄 생수 1ℓ에 들어있는 미네랄의 최대치는 여기에 크게 못미친다.

서울대 영양학과의 한 교수는 “물속에 들어있는 미네랄은 극히 적은 양이어서

물만 먹어서는 인체가 필요로 하는 양을 보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도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네랄을 섭취하려면 미네랄 생수보다는

채소나 과일 같은 신선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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