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은 No, 차병원은 승인, 왜?”

“전혀 다른 분야”… 윤리적 논란도 없어

대통령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27일 차병원 계열사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승인하면서 일부 누리꾼들이 “왜

차병원은 되고, 황우석 박사는 안되냐?”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부가 차바이오앤의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해준 것은 황 박사의

연구 성과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누군 승인해주고 누군 안 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황 박사의 연구 성과를 차병원이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승인했다면 이 분야에서 앞서 갔을

텐데 어차피 승인할 일을 미뤄서 국익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황 박사의 연구와 차바이오앤의 연구는 전혀 다른 분야다. 황 박사는 배아복제기술을

이용해서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를 승인받으려고 했던 반면 차바이오앤의

연구는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세포치료제를 만들어 임상에 적용하는 일종의 신약 임상시험이다.

황 박사는 2004년 사이언스지에 세계 최초로 체세포핵이식 기술을 이용해 인간복제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반면 차바이오앤은 줄기세포 주를 망막색소상피라는

특정세포로 분화해 실명을 일으키는 ‘황반변성’을 치료하기 위한 임상연구에 대해

승인받았다. 즉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배아줄기세포를 분화해 임상에

적용하는 것.

차바이오앤의 정형민 박사는 “복제배아가 아닌 불임환자의 냉동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어 이를 세포치료제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신약 개발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포치료제의 허가를 받으려면 일반 신약처럼 일정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따지고 약효, 부작용 등을 검증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는 것.

차바이오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기 위해 7년 동안 △품질관리와 관련한

30여 가지 검사 △동물 대상의 유효성, 안전성 및 종양 발생 등 부작용 검사 △서류심사

△면담 심사 △공장 현장실사 등을 거쳤고 식약청의 임상시험 승인에 앞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윤리 심의를 거친 것. 식약청의

심사결과도 긍정적으로 알려져 있어 조만간 줄기세포 치료제의 첫 임상시험에 들어설

것 같다는 것이 과학계의 예측이다.

차바이오앤의 연구는 황 박사의 연구와 달리 윤리성 논란에 휩싸이지도 않았다.

황 박사의 연구 분야는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였다.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복제는 그 자체가 생명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거리였고 복제인간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도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난자 공여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리뷰와 검증의 영역인 과학 분야에서 논문 사기로 이미 신뢰성이 떨어졌다.

2009년 황 박사의 ‘치료목적의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한 인간배아줄기세포주

수립에 관한 연구’란 주제의 연구계획서가 승인되지 않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당시 생명윤리심의위원회 노재경 위원장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연구에서는

그 연구 책임자의 윤리적인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승인 거부 이유를 밝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과학연구에서 윤리는 연구의 신뢰성과 직결된다”며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은 해당 연구의 결과가 어떤지 간에 그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뜻과

같다”고 말했다.

반면 차바이오앤의 연구는 냉동배아를 통해 줄기세포를 만들어 이를 세포치료제로

개발하는 분야이므로 윤리적 논란에서 좀 더 자유롭다. 기독교에서는 배아 자체를

생명으로 여기기 때문에 윤리적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어도 불임환자의

냉동배아가 대부분 폐기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연구자의 윤리적 문제도 제기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신약개발의 절차처럼 유효성,

안전성, 품질의 동질성, 부작용 등을 세밀하게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하며 차바이오앤은

7년의 시행착오 끝에 세계 두 번째로 이 절차를 통과한 것이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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