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자 속 세균 살피면 체질 보인다”

‘맞춤형 의료 및 약물 개발’ 실마리

사람의 소화기에는 대략 500여 종류의 미생물이 있는데, 이들 미생물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는 유형이 3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혈액형을 A,

B, O, AB형의 4종류로 나누듯 사람의 몸속 세균 네트워크는 3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

독일 하이델베르크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의 페르 보르크 박사팀은 미국, 덴마크,

일본 등 6개 나라 400명의 몸속 박테리아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모든 사람은 3가지

중 하나의 박테리아를 ‘주력부대’로 다른 미생물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세 종류는 각각 다른 생물학적 특징을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나 의학자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맞춤형 의료 및 약물 개발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흥분하고 있다.

보르크 박사는 “창자 속 박테리아의 네트워크가 3종류라는 것을 지난해 3월 네이처에

발표하고 다른 유형의 네트워크가 있는지 찾았지만 놀랍게도 모든 사람이 세 가지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인종적으로도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들 네트워크 유형을 ‘장(腸)유형’(Enterotype)이라고 명명했다.

‘Enterotype’은 곧바로 개방형 온라인 사전 ‘위키피디아’에 등재됐는데 ‘사람의

소화기 내에서 세균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유기체의 분류’로 정의됐다.

장유형 가운데 제1형은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 2형은 프레보텔라(Prevotella),

3형은 루미노고쿠스(Ruminococcus)가 ‘주력부대’ 구실을 하고 있었으며 유형에

따라 ‘체질’이 달랐다.

1형인 사람은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능력이 좋아 비만이 별로 없다. 또 비타민B7을

만드는 효소가 많았다. 2형은 배앓이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타민B1을

만드는 효소는 많이 분비됐다. 3형은 포도당을 잘 흡수해서 살이 찔 확률이 높았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3형일 가능성이 높은 것.

보르크 박사는 “처음에 39명의 박테리아 유전자를 분석했으며 너무 적다고 생각해

400명까지 확대했는데 여기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며 “100여 년 전 혈액형으로

인간을 4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을 안 데 이어 박테리아로 인간을 3종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놀라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남들보다 덜 먹어도 살이 찌거나 △아무리 먹어도 ‘얄밉게’

살이 안  찌거나 △평생 감기에 안 걸리거나 △요구르트만 먹으면 배탈이 나는

등 각각 다른 모습을 보면서 그저 체질에 따라 다르겠거니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통해 창자의 박테리아 네트워크 유형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프랑스 주이-앙-조자 국립 농업연구소의 미생물유전학조사단 두스코 에를리치

박사는 “이는 나이,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나타난 결과”라며 “하지만 정확한

이유와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박테리아 유형에 맞는 치료약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900년대 초반 혈액형의 정립으로 장기이식과 수혈이 발전했듯,

이번 발견이 맞춤형 약물과 신종 항생제 개발 등을 통해 의학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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