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병 막는 ‘착상전 유전진단법’ 지원해야”

제일병원 강인수 교수, 출생아 2%가 유전병

박 모씨(33)는 5년 전 척추의 골격근이 점점 변하고 위축되는 희귀병인 척추성

근이양증을 앓는 첫아기를 출산 했다. 아픈 첫아이를 보며 둘째는 포기하고 있던

중 ‘착상 전 유전진단법’으로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가진 것도

잠시, 보험적용도 정부지원도 되지 않는다는 말에 좌절했다. 수 백 만원에 이르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박 씨는 또다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둘째를 가져야할지

포기해야할지 고민에 괴롭다.

매년 우리나라의 출생아 50만 명 가운데 약 2%인 1만명은 크고 작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난다. 불치의 유전병을 가진 부부는 임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

유전병이 가져오는 사회적 손실이 크다.

최근 시험관아기 시술과 첨단 유전자 검사 기술이 결합된 ‘착상전 유전 진단법(PGD)’의

발달로 치명적인 대물림 유전병을 가진 부부들도 건강한 2세를 출산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나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배아 초기 단계부터 미리 점검해 유전병을

갖는 아기 출산을 원천 차단한다는 것.

PGD는 유전병 유전자를 가지고 있거나 염색체 이상이 있는 부모의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아기 시술로 체외에서 수정시킨 후, 그 수정란의 세포 한 개를 떼어내 거기서

염색체 또는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여 정상으로 진단된 건강한 수정란만을 선별하여

자궁 안에 이식, 착상시킨다.

몇 해 전 MBC다큐멘터리 ‘사랑’을 통해 ‘120㎝ 엄지공주’로 알려진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 환자 윤선아씨도 이 방법으로 유전병이 없는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유전병은 치료가 거의 불가능해 출산 전 예방이 최선이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되던

산전 진단법은 임신 후에 검사를 통해 유전병이나 염색체이상이 진단되면 임신을

종료하게 해 유전병을 가진 부모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을 안겨줬다.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 강인수 교수는 “유산 후에도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은

다음 임신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착상전 유전진단은

정상 배아를 이식해 이러한 의학적,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착상전 유전진단은 재정적인 이유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PGD는 부분적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시험관시술 외에도 유전자

검사 등으로 약 200만~300만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보험적용이나

정부지원은 거의 없기 때문.

특히 유전병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어서 진료를 포기하는 부부가

적지 않다. 또한 고도의 기술 및 인력 인프라는 물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없어 단일 유전병에 대한 PGD를 실행하고 있는 센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허용하는 배아 및 태아에서 유전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병은 139종에 불과하다.

강 교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단일유전질환으로 통칭되는 유전병은

수천 종이 있으며 모두 착상전 유전진단이나 산전진단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매년 유전성 희귀병 환자에 드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지만

정작 희귀질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PGD에 대한 예산지원은 적다”며 “사회적

고통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PGD를 할 수 있는 유전병 목록에 법적 제한을 없애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도영 기자 catsal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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