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들이 전문지 구독 거부하는 까닭?
“시장 물 흐리는 ‘미꾸라지 병원’ 광고 게재”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한 치과 전문지를 보지 말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가
독특하다. 이 신문이 치과의사 상당수가 성토하는 ‘얄미운 치과병원’의 광고를
실었기 때문이다. 해당 치과전문지는 “치과의사협회도 구인구직 게시판에 치과병원의
광고를 게재했는데 왜 우리만 문제를 삼느냐”고 강변하고 있다.
치과 전문지 ‘세미나리뷰’는 2월 21일자 신문에 유디치과병원의 구인광고를
게재했다. 유디치과병원은 석플란트치과병원, 룡플란트치과네트워크 등과 함께 저가
진료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도해서 동네 치과의사들로부터 ‘공적(公敵)’ 취급을
받는 병원이다. 시쳇말로 ‘시장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병원’의 공격적인 광고를
실었다는 이유다.
이 광고가 게재된 뒤 서울시치과의사회는 3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미나리뷰
수취거부, 기자의 회관 출입금지, 협회 차원의 광고 불 게재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치과의사협회도 4월 이사회를 열고 △구독거부 △협회 사무처 출입 및 취재금지
△협회 주최 행사 취재금지 △협회 배포 보도자료 사용금지 등을 의결했다.
세미나리뷰는 이에 대해 “기사도 아닌 광고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전문지는 지난 7일 사설에서 “치협은 세미나리뷰가
회원의 정서를 무시하고 유디치과네트워크의 ‘교육생 모집 광고’를 게재해서 수취와
구독을 거부한다고 했는데 치협이 운영하는 ‘KDA 덴탈잡’의 구인구직 게시판에
1년 동안 유디치과네트워크의 광고가 실린 것은 왜 문제 삼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치과계에서는 이 사건이 치과의사들 대부분이 네트워크 치과병원 때문에 어떤
위기감과 적대감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많은 치과의사들은 이들 병원들이 질이 낮은 재료를 이용하면서 △임플란트 가격을
다른 치과보다 50% 이상 싸게 받는다 △스케일링 가격을 받지 않는다는 등의 과장광고를
하면서 부당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치과치료는 특성상 1~2년 내에 잘못된
점이 크게 표시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철물이 쉽게 망가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
한 동네 치과 원장은 “이들 병원은 스케일링을 공짜로 해준다는 광고 등으로
소비자를 꾀어 결국 임플란트, 교정 등을 권한다”며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
4만~5만원하는 스케일링을 공짜로 해줄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너무 저렴한
가격과 소나기 식의 홍보는 주변의 다른 치과를 죽이는 것은 물론 결국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23일 열리는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원균, 안창영, 김세영 후보(기호순)
등 3명의 후보 모두 선거 공약으로 ‘비윤리적인 네트워크치과를 척결하겠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원균 후보는 “의료인의 품위손상을 유발하는 유인알선 행위,
공보의 및 군의관의 휴일 진료행위, ‘통큰 수가’ 또는 ‘0원 진료’ 등의 비정상적
진료행위는 의료질서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며 “사법적 응징과 더불어 치협
차원의 자정작용 강화, 윤리교육 실시 등의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논란이 일고 있지만 한 네트워크 치과 관계자는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술비용이 낮아진 주요 요인은 국산 임플란트를 쓰기 때문”이라며 “외국산
제품을 쓰면 원가가 다소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업체들이 재질 기능 디자인에서
상당 부분 외국산 제품을 따라잡아 품질 면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또 다른 치과의사는 “재료비도 중요하지만 임플란트는 경험과 시술 비용이
상당부분 차지한다”면서 “양심적으로 가격을 내렸다고 광고하면서도 속을 들여다보면
1개만 하면 될 걸 2개하게 하고, 안 해도 될 걸 하게 하는 등의 과잉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