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방사능 소독? “고혈압에 암 걸린다”

“요오드화칼륨 섭취하려면 3㎏ 먹어야”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사고로 방사능 불안이 커지면서 ‘천일염’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 해역까지 흘러들어오면

소금도 오염될 것이라는 걱정과 방사능 오염을 막는 요오드가 천일염에 많이 들어있다는

소문 탓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가 먹는 소금에 요오드화칼륨은 매우 적은 양만 들어있다”며

“소금의 요오드화칼륨을 섭취해 방사능의 피해를 막으려면 세계보건기구 하루 소금섭취

권장량의 600배인 3㎏은 먹어야 하지만 매일 이 정도의 소금을 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방사능 피해를 막으려고 소금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며 이전에 배탈이나 순환기장애 등의 병이 나기

십상이라는 것.

과학적으로 소금은 몸속에서 분해돼 산과 알칼리의 평형을 유지하는 필수물질이며

이것이 결핍되면 식욕 감퇴, 무력감, 권태감, 피로, 정신불안 등이 생긴다. 그러나

소금을 부족하게 섭취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오랫동안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

고혈압과 위암을 일으키는 게 문제다. 고혈압은 뇌졸중 심장병 등의 원인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걸리는 위암은 맵게 먹는 것보다 짜게 먹을

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일일 기준치의

3배가 넘는 소금기를 섭취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권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소금 5g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13.5g이 넘는다.

경희대강동병원 영양관리센터 이금주 팀장은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소금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심혈관질환, 비만,

대사증후군 등 온갖 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제염과 달리 천일염, 죽염 등은 건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학자들은 소금은 소금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죽염, 천일염 등도 결국은 염화나트륨이

주성분이고 오랫동안 섭취하면 혈압에 영향을 준다는 것.

최근에는 소금 섭취가 단시간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임상영양학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월호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한 끼에 한 가지

음식이라도 지나치게 짜게 먹으면 30분 안에 동맥의 혈류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소금이 혈관을 뻑뻑하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혈압을 높여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것.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0년 1월호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한 나라에서 성인들이 하루 3g씩 소금을 덜 먹으면 흡연자들이 갑자기

절반으로 줄거나 비만 성인들이 체질량 지수를 일거에 5%씩 줄였을 때와 비슷한 건강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소금에는 소독력이 있어 방사능을 말끔하게소독하며 천일염은 정제염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의학자들은 ‘무지한 소리’라고 일축한다. 소금은 인체에

들어오면 나트륨과 염소로 분해되며 소금을 많이 먹는다고 결코 몸속이 소독되지

않는다는 것. 원자력병원 핵의학과 임상무 박사는 “무엇보다 일반인이 사고로 인체에

유해한 1000mSv 정도의 방사능에 노출된 가능성은 적으므로 방사능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핵의학과 안영실 교수는 “방사능에 피폭됐을 때 갑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요오드는 식품으로는 채울 수 없는 양”이라며 “방사능에 피폭되더라도

여러 병원의 비상진료센터에는 사람들을 치료하기에 충분한 양의 요오드제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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