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 학생, 미운 오리새끼?

27개 대학 중 22개 대학은 의대로 복귀

“교수님들도 처음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의전원 학생은 전국 수능 성적이 3000등 안에 들어 있는

의예과 친구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듯해요.” 이화여대 의전원을 졸업한

후 현재 인턴 생활을 하는 L씨의 말이다.

 “나이가 들어 위계질서가 강한 의사 사회에 들어온 탓인지 일부 교수님들은

의전원 학생들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어요.” 경희대 의전원 학생인 P씨의 고백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다시 의대로 복귀한다고 하니까 따라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 아니겠어요? 교수님들 중에는 처음부터 원치 않았는데 학교 방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의전원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고요.” 조선대 의전원 Y씨의 얘기다.

한국 의학교육제도를 다양하게 성숙시키기 위해 도입했던 의전원 제도가 일대기로에

놓였다. 이러한 과정에 현재 의전원에 다니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2015년부터 대학의 의대와 의전원에 대한 자율 선택권을 부여하자 의전원을

운영하던 27개 대학 가운데 22개 대학은 의대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가천의대, 강원대,

건국대, 동국대, 제주대 등 5곳만 의전원을 유지하기로 했을 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은 일제히 의대 복귀를 선언했다.

의대에 돌아가기로 한 대학들은 오는 2014년까지만 의전원 신입생을 선발하고,

2015년부터는 의대생만을 뽑게 된다. 이렇게 되자 의전원 제도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의전원에는 현재 매년 1500여명의 대졸자가 진학하며 2009년부터

의사국가고시 합격생을 내왔다.

의전원 학생들은 선후배 대가 끊기면 의료계 안에서 의예과 졸업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학교에서도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현재 의전원생은 의대생보다도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은 은근히

의전원생들을 ‘2군’ 취급한다는 것이 의학계 속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전언.

의전원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으로서 4년을 더 다닌다. 국가고시 응시

자격이 생기기까지 최소한 8년이 걸리는 것. 이에 반해 의예과는 예과 2년에 본과

4년으로 총 6년간의 학부시절 만으로 국가고시에 응시, 의사가 된다.

우리나라가 2005년 의전원을 설립한 것은 당초 미국의 안정된 선진의료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우리의 의료시스템을 한 단계 높이자는 취지였다.

처음 의전원의 밑그림을 그렸던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전 교육부 의전원추진위원장)는

“지금같이 경직된 의학교육 시스템으로는 다양한 의과학자를 배출하기 힘들다는데

모두 동감한다”며 “미국은 의전원 시스템이 제대로 안정돼 연구중심과 진료중심

대학이 분업화 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학문적으로 각광받는

의사는 진료에도 투입이 돼 만성적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상위 0.1%의 학생들이 모두 의대로 쏠리고 있는데 머리

좋다고 꼭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학부과정에서 인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배운 학생들이 의전원에 들어오면 지식의 융합을 통해 의료생명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전원의 설립 취지와 달리 의전원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게 되자

의전원 학생들부터 술렁이고 있다. 조선대 의전원의 Y씨는 “의전원 학생들이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의사 사회가 보수적이다 보니 장벽이 더욱 공고하게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의전원 P씨도 “의전원 교육이 만족스럽지만 다시 의대생들만 뽑는다면

의전원의 맥은 끊겨지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의전원 입학을 염두에

두고 전공은 멀리한 채 사실상 입시생처럼 지내는 의전원 준비생들도 동요하고 있다.

한 의전원 준비생은 “시행 몇 년 만에 다시 예전의 의대 체제로 돌아간다고 하니

몇 년 남지 않은 의전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꼭 인생행로를 놓고 도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전원을 통해 배출된 인력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맥을 끊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화여대 의전원 출신 인턴 P씨는 “이대의 경우 2007년 입학한 1기

의전원생이 4년 공부 후 의사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의전원

시스템에 대해 성패 여부를 판별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소수인 의전원이 결국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같은 의료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2005년 의전원 원년부터 제도를 도입, 계속 의전원 단일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가천의과대학교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처음부터 미국의 메디컬

스쿨을 표방한 의전원이 정답이라고 믿었다”며 “의전원 체제에서 학생과 교수 모두

만족하고 있고 국가고시 성적도 좋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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