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국가소송 패한 공무원, 상대로펌으로

복지부 “사무관급이 영향주지 않는다” 해명

보건복지부가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약값을

내렸다가 제약사가 제기한 ‘약가인하처분 최소소송’의 1, 2심에서 완전패소, 연간

100억원대의 약값 절감 기회를 놓쳤다. 복지부의 안일한 소송준비가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에서 소송 업무를 담당했던 사무관이 노바티스의 법률 대리 로펌인

김앤장으로 가버렸다. 법조계와 의료계에서는 김앤장과 공무원의 부적절한 처신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복지부는 “별 일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변호사인 복지부 보험약제과 김 모 전 사무관은 노바티스가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던 2009년 당시 이 소송 업무 담당 사무관이었다. 복지부는 1, 2심에서 노바티스에

완전 패소했고 올해 1월 7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김 전 사무관은 노바티스와의 소송이

최종심으로 가게 된 2월 중순 노바티스 측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옮겼다.

국가소송이지만 연간 100억원대의 거액이 걸린 소송을 전담하던 사무관이 갑자기

공직을 그만두고 소송 상대 로펌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최경희 의원은 3일 “과거 글리벡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복지부 사무관이 현재 노바티스의 변호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글리벡 소송은 장관부터 시작해 언론과 시민단체 등 많은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며 “일개 사무관이 소송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담당 사무관이 소송관련 자료를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는가에 따라서 소송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며

“하지만 1심 때  복지부 측 담당변호사가 법정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서류

준비도 부족했고, 담당 변호사도 판사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이 변호사 출신인 만큼 거대 다국적 제약사와의 소송을 철저하게 준비했더라면

100% 패소라는 굴레는 피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공무원은 자기 주관대로 일할 수 없기에 ‘영혼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이 경우는 오히려 영혼을 판 경우로 비친다”면서 “복지부 공무원들이

이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면 참 암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이든 법조인이든 전문경영인이든 각 분야 엘리트를 닥치는대로 스카우트하는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김앤장은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국민 복지를 책임지는 국가기관에서 근무하던 엘리트를 적극

영입해왔다. 법조계에선 영입되는 엘리트들의 면면으로 보아 전문성보다는 이들이

지닌 인맥이나 인적네트워크가 더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 사무관도

약가제도를 전담하면서 생긴 인맥과 노하우가 필요했던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의료전문 이인재 변호사는 “복지부는 약과 관련한 소송이 많은데 대형병원이나

다국적제약회사를 주로 변호하는 김앤장이 거액의 국가소송이 진행중인데 전담 사무관을

스카우트 해가는 것은 오해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며 “국가대표급 로펌이 눈앞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현실을 변화시킬 그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단체 관계자도 “공직자는 국민을 위해 자기 지식과 노하우를 사용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원으로 옮기면 그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공무원의 무책임한 이직과 변신을 통제할 퇴직 후 윤리 가이드라인이 있어야겠다”고

말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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