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는 “맞는 말”?

어법은 어색하지만 실생활 존대어로 굳어가

“김○○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지난번 메일은 잘 받았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다음 주까지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보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직장인이 상사나 거래처 사람에게 흔히 보낼 법한 이메일 내용이다. 늘 사용하는

표현이라서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뭔가 어색하다. 부탁, 감사,

말씀을 어떻게 드린다는 거지? 이런 낱말들은 모두 ‘~하다’와 어울린다. 그러나

이 낱말들 뒤에는 ‘주다’의 높임말인 ‘드리다’가 어김없이 붙어있다.

‘드리다’는 행동을 나타내는 동사 성격의 명사 뒤에서는 어떤 행위를 윗사람에게

하는 것을 뜻하는 접미사가 된다. 불공드리다, 예배드리다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그러나 ‘드리다’는 존대하는 강도에 차이를 나타내며 쓰이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음 주까지 부탁 합니다”와 “다음 주까지 부탁 드립니다”를 놓고

보면 앞서의 표현이 덜 공손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상하 관계가 중시되던 사회 구조의 영향으로 높임법과 높임말이

발달했다. 국립국어원 정희창 학예연구관은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손한 말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격에 벗어난 표현을 쓰는

경우도 많다”며 “우리 말을 잘 하려면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 잘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저자 김혜남 정신분석연구소 소장(정신분석 전문의)도

“올바른 호칭이나 높임말 어법은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까지도 아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학자들은 ‘부탁, 감사, 말씀을 드린다’ 따위의 어법은 문법상 어색하고

틀렸다고 지적하기 보다는 실제 언어생활에서 압도적으로 쓰이고 있는 현상적인 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립국어원 김형배 학예연구관은 “어법은 상대방이

들을 때 불쾌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 된다고 보는데 ‘부탁드립니다’ 등의 표현에는

공손함이 담겨 있다”며 “문법적 오류라는 판단보다는 사회적으로 흡수하고 용인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까지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송철의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을 무턱대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할 수 없지만 언어는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표현이라고 부정적으로만

여겨서는 안될 듯하다”며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적 흐름을 수용해 표준어로 하느냐

마느냐를 국립국어원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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