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은 환자는 보험적용 안 되는 약 있다?

혈우 환자 중 83년 이전 출생자, 유전자제제 처방 안돼

한 번 상처가 나면 피가 잘 멎지 않는 혈우병(Hemophilia) 환자들이 비교적 부작용이

덜하고 가장 값이 싼 유전자재조합제제(이하 유전자제제)를 처방받고 싶어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처방받을 자격을 환자 나이로 제한해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10일 혈우병 환우회에 따르면 복지부는 혈우병 치료제 코지네이트FS(한국바이엘제조)의

약값을 다른 치료제에 비해 가장 낮은 1IU당 511원으로 공급 받을 수 있도록 개정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환자들이 대부분 처방받길 원하는 이 약에 대해 기존 유전자제제처럼

‘나이제한’이라는 조건을 달아 83년 이전 출생자는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게 했다.

복지부가 혈우병치료제의 일부에 나이제한을 두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값싼

치료제에 대해 나이제한을 풀어버리면 너도나도 그 제제만 처방받으려 하고, 그에

따라 건강보험재정을 해친다는 것이다.

국내 혈우병 환자와 그 가족의 대표단체인 한국코엠회(KOHEM, Korea Hemophilia

Association)는 “혈우병이 나이가 들면 저절로 낫는 병도 아닌데 나이가 더 든 환자를

보험적용에서 빼는 것은 우리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환우회

관계자들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나이 든 환자는 더 오래 혈우병을 앓아 사회경제적

힘이 더 없어진 사람들인데 보험 약값 적용을 안 해주면 어쩌라는 것인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혈우재단에서 만든 ‘2008 혈우병백서’에 따르면 2008년 당시 25세 이상인

성인 혈우환자는 전체 환자 중 48.4%다. 이 비중은 만2년이 더 경과한 현재 유전자제제의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과 거의 일치한다. 즉, 한국바이엘의 유전자제제를

보험적용 받지 못하는 만 27세 이상 환자가 전체 혈우병 환자의 거의 절반이라는

말이다.

혈우병 치료제는 크게 혈액제제와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나뉜다. 혈액제제는

널리 쓰여 왔지만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HIV나 C형간염을 유발하는 HCV와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코엠회에 따르면 국내 혈우환자 2000여명 중 혈액제제에

의해 20여명이 에이즈에, 650여명이 C형간염에 걸렸다.

또 어떤 환자는 혈액제제를 사용하면 항체가 발생해 치료 효과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최근 혈우병환자들이 유전자제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다.

(2010년 11월 기준, IU=혈액응고인자제제단위)

자료: 한국코엠회

코엠회의 한 관계자는 국회 앞에서 1개월간 1인 시위, 제약회사 앞에서 3개월간

1인 시위 등 “안 해본 게 없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코엠회는 “만약 복지부가

나이제한을 풀지 않으면 과연 이런 제한이 대한민국 헌법에 부합되는지 헌법소원을

내서라도 나이제한을 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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