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보험 안 돼 애간장 녹는 간의 날

간 전문의들, “우선 보험적용 해야”

“간암 치료제 보험 안 돼 정말 애간장 녹습니다”

배의 오른쪽 윗부분, 갈비뼈 아래의 안쪽에 있는 간(肝)은 인체의 종합생화학공장으로

불린다. 간은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소들을 적절하게 처리하며 혈액응고물질, 콜레스테롤

등 수 천 가지 물질을 만든다. 인체의 온갖 독소도 이곳에서 해독(解毒)된다.

이 ‘공장’이 덜커덕거리면 인체의 생명 유지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 그러나

‘사이렌’이 울리기 전까지 간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린다.

10월 20일은 이 묵묵한 장기, 간을 기리는 ‘간의 날’이다. 올해 간의 날에는

간질환과 싸우는 많은 사람들이 또 하나의 비보를 접했다. 최선정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최 장관은 최초의 B형 간염치료제 제픽스가

보험 급여를 받는데 기여해서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돼 숨지는 환자를 크게 줄였지만

정작 본인은 간암의 희생양이 됐다.

많은 사람이 간암에 걸리면 ‘손 쓸 도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간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여러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몇 년 전만해도 환자가

의사로부터 “말기 간암입니다”는 소리를 들으면 풀썩 주저앉는 게 당연시됐지만,

지금은 생명을 연장하는 무기들이 개발됐다. 간암세포만 골라 파괴하는 표적 치료제

넥사바와 양성자 치료 등이 그것.

그러나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서민 환자는 손발을 묶고 애간장이 녹는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애끓는 일. 간암 환자들이 넥사바를 복용하는 데 한 달에 드는

비용은 약 300만원이다. 하지만 모두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환자들이 내야 하는 상황이다.

▽간암은 독특한 암=다른 암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종양내과 교수가

보지만 간암은 주로 간을 전공하는 내과 의사가 치료한다. 간암은 암세포가 다른

곳에 전이돼 환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다른 암들과 달리, 처음 암세포가 생긴 장기(臟器)의

가동을 중단시켜 환자를 숨지게 하는 독특한 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암 치료에

있어서도 장기의 기능을 보존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고, 암세포의 박멸은 다음이다.

 

아직도 누군가 간암에 걸렸다고 하면 “어? 그 사람 술도 안 먹는데…”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다. 술이 간암의 주범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주범은 B,

C형간염 바이러스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70%는 B형간염, 20%는 C형간염이 악화돼

생긴다. 알코올, 약물독성 등에 의한 간암은 통틀어 10%를 넘지 않는다.

간암 환자의 85% 이상은 간염을 거쳐 간경변증까지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간암

환자의 간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간암의 치료=간암도 진행 정도에 따라 1∼4기로 나누지만 의사들은 몇

기(期)인지보다  간 기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우선 고려한다. 암의 크기와

분포, 수 등을 보고 치료법을 결정한다.

아직까지 모든 암을 일거에 박멸하는 무기는 없다. 간 기능이 정상이거나 일반인에

비해 약간 떨어진 상태에서 암 크기가 직경 3㎝ 이하이고 암 덩이의 수가 3개 이하일

때는 초음파 화면을 보면서 국소적 치료(에탄올 또는 고주파 치료)를 통해 암을 괴사시킨다.

또 암이 3개 이상이면 암이 영양분을 공급받는 혈관을 약물로 막아버려 암을 ‘아사(餓死)’시키는

‘간동맥 화학 색전술(塞栓術)’로 치료한다. 이는 먼저 허벅지 동맥을 바늘로 찔러서

가느다란 도관(카테터)을 대동맥을 통해 간동맥까지 집어넣는다. 카테터를 통해 항암제인

아드리아마이신과 리피오돌이라는 지방물질을 섞어 주입한다. 그 다음 젤라틴 성분의

미세입자로 간암 혈관을 막는다. 시술이 끝나고 3주 후 CT를 찍어서 치료가 성공적인지

 판단한다.

그 이상이면 절제수술이나 이식으로 치유한다. 간 기능이 떨어진 간경변증 환자에게서

3개 미만의 암이 발견된 경우에는 이식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외과적 방법이 불가능할

때에는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말기 간암의 치료=몇 년 전만해도 속수무책이었지만 표적 항암제가 등장해서

다소 위안이 되고 있다. 이 약도 환자들을 완치시키는 약은 아니지만 생명을 의미

있게 연장하고 있다. 일부 환자에게는 놀랄만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넥사바는 진행성 간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에게 쉽게 권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는 “넥사바는 간암에 대한 유일한

표적치료제인데도 보험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상태를 이유로 급여 결정을 미루는 것은 안될 말”이라고 주장했다.

전문의들 사이에선 넥사바의 효능을 알면서도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약값의 절반이라도 보험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넥사바는 간암세포가 뼈나 폐 등 전신에 전이되거나 다른 치료법은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 때 사용된다. 김 교수는 “넥사바로 인해 표적치료항암제 신약 개발에 관심이

집중된다”며 “현재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발 중인 몇 개 약물은 이미 3상 임상시험이

진행돼  2~3년 내에 시장에 나올 것같다”고 내다봤다.

▽간암환자의 생활요법=간암에 있어서 간 기능의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분 불명의 약제를 먹었다가 간에 독성이 생기면 치명적 결과가 올 수 있다. 따라서

처방 약 이외의 약물을 복용할 때에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또 채식만 할 경우 간세포 재생에 필요한 단백질이 부족해진다. 고기를 통해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한두 달만 단백질 섭취를 게을리 해도 복수가 차오르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간암의 2차 예방=간암은 예방 못지않게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B, C형 간염환자, 항체가 음성인 30세 이상 남성 또는

40세 이상 여성은 4~6개월마다 혈액 또는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간염 환자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경계해야 한다. 주위에서 권하는 약이나 음식을 먹고 간에

독성이 생겨 치명적인 상태로 병원에 오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처방약 이외의

약물이나 음식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Share with Kakao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