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생명인가 단순히 세포인가

서상수의 법창 & 의창

최근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연구에 대해 미국

정부의 연구기금을 한시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판결을 내놓았다. 전부터 연구기금을

지원받으며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던 연구자들은 연구를 계속할 수 있고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살게 됐다며 이 판결을 크게 반겼다.

이에 때맞춰 미국 생명공학회사 제론이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척수질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웬만한 사람은 배아줄기세포가 무엇인지 기본은 꿰고 있다. ‘황우석

박사 사태’를 겪으면서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당시 언론들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가까운 장래에 난치병을 극복할 수 있고, 더구나 그 주역이

우리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결국 황박사의 과학계 속이기 한판으로

씁쓸하게 끝났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언제나 큰 기대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의 배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연구윤리문제가

늘 떠오른다.

모든 세포와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려면 정자가 난자를

만나 수정된 지 5~6일 가량 된 배아를 파괴해야 한다. 배아는 그대로 놔둔다면 태아가

될 것이다. 과장하자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미래의 태아’를 파괴하며 진행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에 관한 연구윤리는 배아를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가톨릭지도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배아는 신생아와 다름 없는 똑같은 생명”이라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생명을 죽이는 생체실험이므로 목적과 방법을 떠나 절대 안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많다. 예컨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쓴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는 수정된 배아의

대다수가 자연 유산되며 체외 수정 시술 시에도 수많은 배아가 소멸된다는 점을 들어

배아줄기세포연구를 옹호한다. 도킨스 교수에 따르면 가톨릭계의 견해는 미분화된

세포덩어리를 파괴하는 것과 인간의 생명을 없애는 행위를 도덕적으로 구별하지 못하는

무지(無知)의 소산이다.

우리 법원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우리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배아와

인간은 동일하지 않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인공수정배아를 규정하고

있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관한 2005헌마346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서

“수정 후 착상 전의 배아는 인간으로 인식되거나 인간과 같이 취급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과연 배아 자체가 생명의 탄생이자 인간 존재의 시작일까. 배아를 법적으로 인간과

동일시하고 배아줄기세포연구를 사회의 이름으로 금지해야 할까. 배아는 어떤 목적에서

연구하는 것이 합법이며, 어떤 방법으로 연구해야 마땅할까.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상상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에

대해 답안지를 써 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배아는 생명인가, 세포덩어리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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