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병역기피 여부, 의학적 진실은?

갑상선항진증-부동시 의혹 증거 없어

김황식(62, 사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9일 열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주요한 이슈 중 하나는 김 후보자가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허위진단을

받았는지 여부다.

김 후보자는 1971년 징병검사에서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에 재 신체검사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인 72년에 ‘부동시’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갑상선항진증은 최소 2년 이상 장기간 약물치료를 해야

하고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률도 60%에 이르는데 어떻게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재신검을

받은 후보가 1년 만에 안과 질환인 부동시(不同視)로 면제를 받느냐”고 물었다.

최 의원은 “당시 갑상선항진증이 허위 진단이거나 병역 연기를 위해 갑상선 호르몬제를

일시적으로 먹은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는 ‘의혹 수준’에서 끝날 공산이 크다. 의학적으로는

김 후보자의 주장을 뒤엎을 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최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2년 이상 약을 복용해야 하지 않는데다, 김 후보자가 부동시라는 진단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옛날에는 6개월 치료하고 끊는 경우 많아

갑상선은 목의 볼록 튀어나온 목젖의 아래쪽 기도 주위를 감싸고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이곳에 이상이 생겨 몸이 과열되는 병이다. 체온이 올라가지 않지만 열이 나는 것

같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이 있다. 대부분은 체중이 줄며 극히 일부는 되레

늘기도 한다.‘갑상선 중독증’이라고도 한다.

주로 20∼40대 여성에게 나타난다. 남성 환자도 여성의 3분의1 가까이 된다. 환자의

80∼90%는 갑상선을 자극하는 물질이 비정상 분비되는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생긴다.

이 병이 원인이면 1년~1년 반 정도 먹는 약으로 치료한다. 50~60%가 재발한다. 그레이브스병

외에도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을 때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생길 수

있다. 또 심장 부정맥 치료제인 아미오다론을 먹으면 부작용으로도 생길 수 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내분비내과 조민호 교수는 “갑상선항진증 치료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6~7개월 약을 먹고 괜찮아지면 끊는 경우가 많았지만 연구보고에

따르면 보통 치료기간은 1년~1년 반”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김 후보자도 당시 6개월

정도 약을 복용하고 증세가 괜찮아져서 끊었을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가

병역 기피 의혹에서 100%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최 의원이 주장하는 ‘갑상선 호르몬제

복용설’이 100%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

실제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안규정 교수에게 문의했더니 안 교수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많이 먹어도 갑상선항진증이 나타난다”며 “이 경우 대부분 약을 중단하면

1주일 내로 다시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가 의사인 형의 도움을 받아 병역을 기피하려고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 그러나 안 교수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은

이 주장이 ‘김 후보자가 병역을 기피하려고 했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사라면 모든 약에 부작용이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모를

리가 없고, 병역 기피를 위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 방법을 권하지 않는다는 것.

갑상선호르몬제를 먹으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나타나는데, 항진증은 고통도 문제이지만

방치하면 갑상선을 공격하는 항체가 눈을 공격해 안구돌출증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눈 주변의 근육과 시신경을 공격해 사시가 되기도 하며, 사물이 두 겹으로

보이는 복시와 시력저하 등이 생길 수 있다. 또 호르몬 체계의 교란으로 부정맥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약을 끊었을 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갑상선호르몬제가

한때 비만치료제로 쓰이다가 지금은 안 쓰는 이유도 이 같은 부작용 때문이다.   

그렇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부동시와는 상관이 있을까?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갑상선항진증을 앓는 사람의

70%는 눈도 항체의 공격을 받지만 안구돌출과 사시 등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5~10%다.

부동시가 나타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김 후보자의 경우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에

부동시가 나타났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지금 검사받았다면 군대 갔다”

야당에서는 고교 때 배드민턴 선수였던 김 후보자가 대학교 때 갑자기 부동시

판정을 받고 병역이 면제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27일 “고등학교 때까지는 시력이 좋았고 안경은 대학 때부터 쓰기 시작했으며 부동시는

아직 완치되지 않았고 진행 중이며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시가 성인이 돼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는 야당의 주장은 맞다. 부동시의

원인은 선천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른에게서도 드물게 나타나며 이는 지금의

시력검사를 보면 금세 알 수가 있다.

부동시(不同視)는 ‘똑같이 보이지 않는다’ 뜻으로 흔히 ‘짝눈’이라고도 한다.

양쪽 눈의 굴절도가 현격히 다른 것으로 굴절도에 따라 원시와 근시로 나눈다. 보통

부동시는 양쪽 눈의 굴절도 차이가 3디옵터 이상일 때를 일컫는다. 부동시는 굴절력검사,

시력검사, 망막이상여부를 살피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72년 당시 5디옵터

차이가 나서 군대에 갈 수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김 후보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부동시임을 입증하는

시력검사결과를 받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의혹을 해소했다. 이에 따르면 왼쪽 -7디옵터,

오른쪽 -1디옵터로 6디옵터 차였다. 군 면제 당시보다 차이가 더 벌어진 셈이다.

다만 김안과병원 김응수 박사는 “예전에는 부동시가 병역 면제 사유였지만 요즘은

충분히 교정할 수 있다”며 “의학적으로 부동시는 좌우 몸이 완전 대칭이 아니듯

시력도 어릴 적부터 다를 수 있는데 심하면 선천적 질환으로 여기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어릴 때 부동시가 나타나면 안경을 맞춰 좋은 쪽 눈의 사용을 억제하고 나쁜 쪽

눈의 사용을 늘리는 방법으로 교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성인 이후 생기는 부동시는

이런 방법으로 쉽게 교정할 수는 없으며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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