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 왕짜증 안 내려면, “당연하다” 여겨야

좋아하는 음악에 오디오 북까지 미리 준비

두 아이를 둔 38세의 가장 문모씨는 지난 설에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고향에 가다

남부끄러운 경험을 했다. 밀리는 고속도로에서 앞서 가던 운전자가 아예 시동을 끄고

차에서 잠깐 내리자 이 정체가 단단히 오래갈 거라는 생각에 순간 ‘울컥’했다.

그는 클랙슨을 몇 차례 내려치듯 누르고 말았다. 뒷 자리의 아이들은 “울 아빠 이상해”라며

겁에 질렸다. 아내는 문씨의 표정을 훑으며 황당해했다.

수년 전 칸느 광고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은 사무실 복사기와 이용자들을 소재로

삼았다. 복사기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다가온 여직원의 뺨을 갑자기 때리고 급기야

여직원을 사정없이 바닥에 메다꽂는다. 남자가 갑자기 상식 밖의 폭력을 휘두른 이유는

바로 용지가 복사기에 걸렸다는 사실 때문.

차가 막히거나, 복사기가 작동하지 않거나, 옆집에서 누가 시끄럽게 떠들거나

하는 이유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는 예는 해외토픽이나 신문 사회면에 종종 소개된다.

그리고 일을 저지른 범인이 생각보다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사람들은

당황한다. 정말 ‘짜증’ 때문에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일까.

우리는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이 자기 말처럼 “태양 때문에” 살인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 밑에 깔려 있는 인간의 실존과 세상의 부조리에서 살인의 원인을

찾는다. 짜증이 범죄를 부르는 배경에는 ‘투사(透寫)’가 있다는 것이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의사들의 의견이다.

‘투사’는 어떤 행위의 원인을 엉뚱한 상대에게 돌린다거나 혹은 문제된 일 자체와

상관없는 대상에게서 푸는 것을 이른다. 가령 2차대전 당시 야만적인 유대인 학살은

전쟁과 가난으로 깊어진 독일인들의 콤플렉스가 소수민족 유대인에게로 투사된 것이라는

설명. 투사는 주변에서도 예가 흔하다. 막 부부싸움을 한 엄마가 위로하려고 다가온

아이에게 “가서 숙제나 해!”라고 짜증을 부리는 것도 그 예이다.

귀성(귀경)길에 차가 막히면 흔히 일어나는 왕짜증도 투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명절에  쌓인 피로와 소중한 휴일을 길바닥에 버린다는 초조감 등이 막히는

길에 대한 화풀이로 나타난다.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의 김종우 교수는 “짜증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이미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스트레스에

대비해 미리 마음을 굳게 먹어둬야 한다”고 말한다.

차가 막힐 것에 대비해 우회로를 알아둔다거나 차에서 볼 영화나 만화책 등을

준비하는 것이 정체로 인한 스트레스를 막는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운전자는

영화나 DVD를 볼 수 없다. 오디오 북 등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명절

땐 막힐 수 밖에 없다”는 대범한 마음을 갖는다.    

오래 전 KBS 스펀지 프로그램에서는 무거운 물건을 들기 전에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이름을 열 번 부르면 평소보다 힘이 세진다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만큼

자기 암시의 힘은 강력하다는 것이다.

정체 스트레스를 이기는 두 번째 방법은 차로 인한 고생을 되갚아줄 자기만의

보상책을 생각해 두는 것이다. 명절 노동에 시달리다 피곤에 절어 귀경하는 여자라면

“내일은 찜질방에 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푹 쉬어야지”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귀경길의 고생이 한결 덜어진다.

그런데 이런 방법을 다 썼는데도 돌발상황으로 차가 꽉 막혔다면? 그럴 때는 잠깐

치밀어오는 감정에 브레이크를 걸어 준다. 김종우 교수는 “사람의 격분 심정은 즉각적으로

오지만  결코 오래 가지는 않는다”며 “심호흡을 하거나 주위 풍경에 잠깐

눈길을 돌리거나 벌어진 일에 대해 1분간만 대응방식을 미루겠다고 하면 돌발상황은

예상외로 쉽게 극복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방법들은 평소 울화증을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큰 소용이 없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미리 정체 대비를 철저히 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해 야 한다. 차가 막히더라도 조금은 여유를 가져야 하며, 자기의 어쩔 수 없는

기질을 안다면 운전대에 앉는 것을 피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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