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딸’들끼리도 비교받는 건 괴롭다?

이리저리 비교하는 건 열등감의 산물

이른 바 ‘골드 미스’인 전문직 권모(30)씨는 올해 귀향길이 유난히 마음 무겁다.

몇 달 전 공무원과 결혼한 동갑내기 사촌이 인사차 집에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촌동생의 시댁은 고향과 아주 가까워 연휴기간 중 두루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친척들은 사촌에게 “시집 잘 가 부럽다”고 찬사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권씨에게

흘끔흘끔 안됐다는 시선을 던진다. 부모님마저 “너도 걔처럼 진작 교대 가서 선생님

됐더라면 벌써 좋은 데에서 자리가 나고 시집 잘 가지 않았겠냐”고 면박을 준다.

명절이면 젊은이들은 굉장하든 그렇지 않든 ‘엄친아, 엄친딸’의 존재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되기 일쑤다. 취직을 못하고 있으면 그야말로 친척 어른들의 집중포화

대상이 되고, 여자의  경우 사귀는 사람도 없는 마당에 살이라도 좀 쪘다 싶으면

자기관리 못한다는 뒷말이 들려온다.

자기도 이른 바 ‘엄친아, 엄친딸’에 끼노라 생각하던 이들도 “누구는 일류

기업에 스카웃 돼  갔다더라” 혹은 “누구는 준재벌집에 며느리가 됐다더라”는

말의 향연에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된다.

어른들은 왜 이렇게 모이기만 하면 남과 자신, 혹은 자녀들을 비교하기에 바쁜

걸까?

우열을 가리고 싶어 하는 심리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행태라고 한다. 미소의원

오동재 원장은 이를 “원시 시대적 불안감의 산물”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씨족 사회

사람들은 50명에서 150명 정도가 군락을 이루고 살았다.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 생존경쟁이 벌어졌다. 즉 남들과 다른 능력이나 매력이

있어야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더 나은 생존 기회가 주어진다. 생존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무리에서 도태되거나 혼자 죽게 된다.

현대 사회에 와서도 사람들이 서로 비교하는 이유는 뭘까.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정신과 한덕현 교수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이 부족해진 현대 사회가

사사건건 비교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력고사 시대에는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사람을 평가하는

거의 유일한 기준이었다. 물론 학벌 위주 사회의 병폐도 깊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리

가난하고 사람이 못나 보여도 명문대학에 합격만 하면 무시당하지는 않았다.

요즘은 남과 비교하는 확실한 기준이 없고 그 기준이란 것도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가령 취업시장만 봐도 이른 바 ‘스펙’이 매우 다양해졌다. 스펙에는 외모 키 친구관계도

들어가며 부모의 직업을 따지기도 한다. 이 여러 스펙을 갖춘 사람이 진짜 ‘엄친아’가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루저’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그러나 “비교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들 자체가 대부분 열등감 덩어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생각할 때 안정되어

있고 남에게 인정받으며 살고 있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것”이라며 “인간은 한 가지

측면만으로 우등하다 열등하다 평가하기 힘든 존재”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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