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의 날’ 코앞에 두고 민간침구사 시술 논란

한의협 9일 뜸의 날 선포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와 대한침구학회(이하 침구학회)가 공동으로 매년

9월 9일을 ‘뜸의 날’로 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한의협은 9일 뜸의 날 선포식을

갖고 전국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이날은 무료로 뜸 시술을 할 예정이다.

‘뜸의 날’은 출범하지만 누가 뜸을 뜨는 의료행위 주체인지에 대한 논란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의사 외에 민간침구사에게도 시술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다. 논란의 핵심은 현재 의료행위로 규정된 침, 뜸 시술을 한의사 면허를

가지지 않은 민간침구사들에게도 정식으로 허용하느냐 마느냐이다.

김정곤 한의협 회장은 “뜸은 한의사만 할 수 있는 한방 고유의 치료행위”라며

“뜸의 날을 만들어 국민 여러분께 뜸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인식을 재정립할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침구학회 회장인 경희의료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도 “오랜 세월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킨 뜸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에 한의학계 내부에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며

“뜸에 대해 제대로 알려 다소 침체된 한의학계에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침구학회는

한의사 면허를 가진 한의협 소속 회원들이 구성한 학회로 의료행위 주체에 대한 논쟁에서는

한의협과 같은 입장이다.

한의협과 침구학회는 침, 뜸의 의료행위는 오직 한의사 면허를 가진 전문 의료인에게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간침구사 단체는 일정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하자고 주장한다.

한의사와 민간침구사의 계속되는 대립

현행 의료법은 한의사와 침구사만이 침, 뜸 시술을 하도록 제한한다. 의료법에서

규정한 침구사로는 일제시대 때 자격증을 받은 39명이 있다. 침구사 제도를 되살리는

내용을 담은 법안 4건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입법절차에서 진전이 없다.

지난 7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침, 뜸 시술을 한의사에게만 허용한 의료법 규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민간침구사측은 “재판관 9명 가운데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나왔지만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5명으로 합헌 의견 4명보다

많았다”며 “실제로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의협과 침구학회는 ‘고귀한 의료행위의 희화화’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동

침구학회장은 “의료행위라는 것은 생명을 다루는 것으로 아무나 쉽게 해서는 안

되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것”이라며 “내가 해보니 괜찮았으니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해 호도하는 것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의협 송호섭 학술이사도 “단지 침과 뜸을 놓는 기술적인 면만을 훈련한다고

된다면 누가 한의대까지 가서 6년 동안 공부를 하겠느냐”며 “정확히 어디에 문제가

있고 무슨 치료가 필요한지는 의사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고유영역”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침구사들은 자기들도 한의사들 못지않게 충분한 훈련과 검증을 거쳐 자격증을

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뜸사랑’의 김진이 교무팀장은 “현재 우리 단체를 통해 시술을 받은 사람이

100만명을 넘었다”면서 “민간침구사들도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사명감으로 1년

넘게 전문적인 연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뜸사랑’은 침, 뜸 시술의 대가로 알려진

구당 김남수(95) 옹의 제자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민간침구사 단체다.

뜸사랑이 배출한 자격증 소지자는 2007년 현재 3674명이다. 다른 민간침구사단체인

대한침구사협회에서는 2009년 현재 1702명을 배출했다. 민간기관에서 발급한 침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침이나 뜸을 시술하면 현행법 아래에서는 불법이 된다.

김진이 팀장은 “한의학계에서는 민간인의 뜸 시술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하지만

뜸사랑 자격증 소지자가 한 시술에서 생긴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며 “그런 부작용은

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이 집에서 정확한 지식 없이 하다가 생긴 것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구당 김남수 옹이 지난 달 31일 합법적 여건이 조성되기 전에는 봉사활동(침,

뜸 시술)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9월 1일부터 뜸사랑은 활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들과 민간침구사들의 대립에 원칙적으로는 한의사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문정림 공보이사는 “헌재 판결 이후 한의협과 공동으로

낸 공동성명서에는 불법의료행위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서양의학에서 한방 의료행위는 아직 보완대체의학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뜸이란?

뜸(moxa treatment)이란 오래된 쑥을 건조하여 만든 뜸쑥을 피부 특정 부위에

놓고 태움으로써 몸의 표면 경혈 위나 환부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열자극을 가하여

병을 치료하는 한방 물리요법이다.

한의사들은 뜸의 효능과 효과는 지금까지 국내외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혈구의 증가와 면역력 증강, 암세포 소멸, 혈행의 촉진,

불면증 해소, 분비선의 기능 조절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부에 직접 시술할 경우 피부 알레르기, 괴사, 화상, 2차 감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뜸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정확한 자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침과 뜸은 중국 일본 한국 등 주로 동양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 서양 의학에서도 대체요법으로 그 활동영역이 커지고 있다. 이재동 회장은 “미국에서는

대체의학으로 아직 비주류에 속하지만 양의들 중에서도 한방치료에 대한 교육을 받는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의료 패러다임은 치료에서 질병예방으로 가는 것”이라며 “뜸은

병이 발생하기 전 기를 넣어주는 아주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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