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자도 덜 먹으면 정신 ‘말똥말똥’

초파리 실험 통해 각성제 개발 가능성

맛있는 식사를 배부르게 하고 나면 다음 순서는 졸음이 온다. 그런데 이런 원리를

역으로 이용, 졸릴 때 깨어 있게 하는 방법이 한 초파리 실험을 통해 학계에 보고됐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폴 쇼우 박사팀은 초파리에게 두 가지 지표 검사를 했다.

먼저 타액 속의 효소 농도로 배고픈 정도를 측정하고 불쾌한 자극과 함께 빛을 비추어

잠자는 파리를 깨웠다. 파리를 깨우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에 따라 수면 부족의

정도를 측정했다.

잠을 자지 못한 파리들은 마치 사람처럼 다음날 잠을 더 보충하려고 하며 각종

인지기능 능력이 떨어진다. 또한 다른 파리들보다 일찍 죽는다. 그러나 굶주린 파리들은

그렇지 않은 파리들에 비해 잠을 못 잤을 때의 생존 시간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굶주린 짐승이 더 민첩하게 먹이를 찾아 나서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연구팀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에 저항하는 능력, 즉 잠을 덜 자고도

깨어있을 수 있는 능력은 특정한 단백질과 연결되어 있다고 밝혔다.

몸 속에 지방산을 축적하고 사용하는 데에는 LSD2라는 유전자가 관여한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는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가진 초파리들이 잠을 짧은 시간 안에 보충할

수 있고 밥을 굶었을 때 길게는 28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고도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만약 수면조절에 관여하는 지방산을 찾아내고 이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알아낸다면 잠이 부족할 때 깨어있을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쇼우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각성제나 수면제보다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수면 조절 방안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 31일자에 게재됐으며 미국의

과학 사이트 유레칼러트가 같은 날 보도했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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