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는 일등석, 이코노미석처럼 구분하면 잘못?”

일본, 의료보험체계 차별화 방안 골몰 중

“비행기는 1등석, 비즈니스 석, 이코노미 석이 있는데 왜 병원 이용은 천편일률적이어야

합니까? 여기에 의료시스템을 개선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지불능력, 혜택, 나이 등에

따라 의료보험을 세분화해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일본에서는

의사들과 정책전문가들이 이 부분을 중심으로 의료시스템을 개선시키는 방안에 대해

골몰하고 있습니다.”

일본 총리의 특별고문으로 의료정책 수립, 집행의 자문역할을 하다가 현재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에서 미래 일본 의료정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구로카와

키요시(黑川 淸, 사진) 교수는 1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1세기에는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맞춰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각국의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항공기 론’은

환자들에게 진료의 질에서 차이를 두면 안 되지만, 보험료를 많이 내는 부자는 1,

2인실에 입원해서 진료를 받게 하고 서민은 보험료를 훨씬 적게 내고 5, 6인실에서

진료 받게 하는 것 같은 방법을 고려하자는 것.

구로카와 교수는 도쿄(東京) 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등에서 연구하다 83년 일본으로 귀국해 도쿄대

교수로 재임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위원장, 일본학술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했다.

구로카와 교수는 “한국 의료계의 큰 이슈 중 하나가 의료산업화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의료산업화를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 △병원 시스템 △건강보험 시스템 등 3가지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각 나라의 주요 질환은 서로 달랐습니다. 그러나 지구촌이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변되는 공통의 생활습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빈부격차가 지구촌 공통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

인터넷 등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세계가 하나로 묶이고 있지요. 웹2.0과 같이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환경의 등장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패스트푸드점은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 운동은 헬스센터 등을

이용해서 억지로 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걷는 것이 힘들면 택시를 타고,

배가 고프면 직접 요리를 하지 않고 편의점의 음식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채운다.

이러한 환경에 변화와 맞물려 생활습관의 변화로 비만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늘고 있다. 개인은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을 때 의료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는 것이

구로카와 교수의 생각이다. 그에 따르면 개인의 생활습관이 의료보험 요율에도 반영될

수 있다.

구로카와 교수는 병원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의사와 간호사는 병원에서 환자를 기다리고 있기만 하는 고리타분한 예전모습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도쿄대병원이나 서울대병원의 최고 의료진이 감기나 성인병

등 외래환자의 치료에 매달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    

구로카와 교수는 영국의 주치의 제도에서 논의의 실마리를 풀었다. 그는 “개인별

주치의를 배정받아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주치의를 먼저 찾아가서 진료를 받고 주치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병에 대해서 대형병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웹2.0의

급속한 확산으로 주치의가 해야 할 부분의 상당 부분을 웹에서 해결할 수 있으며

의사와 환자가 온라인이나 스마트폰으로 정보와 대화를 나눈다면 국민의 건강지수는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는 또 보험시스템을 개혁해서 개인별로 지불하는 건강보험료가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의료보험 재정이 급증하고 비효율로 치닫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의 공통적인 고민”이라면서

“보험료 책정과 사용이 앞으로 의료시스템 개선의 고갱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이 보험료를 내면 온가족이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면서

“식구별로 보험료와 혜택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과 흡연, 과음에 절어있는 사람은 보험료에 차등을 둬야 하고

지불능력과 혜택 등에 따라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보험료 시스템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것. 헬스케어 IT와 건강관리산업이 발달하면 개인의 건강에 대한 노력이 체크가

가능하므로 이에 따라 차별화한 보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시스템 변화는

한국처럼 건강보험공단을 통한 일원화된 보험시스템에서도 민영의료보험의 도입 없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다만 보험의 차별화가 저소득층의 부담 증가로 귀착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로카와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의료산업화와 관련, “의료관광은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과 공급, 수요 측면에서 해석할 수가 있다”면서 “글로벌리제이션에

따라 미국인들이 지나치게 비싼 자국 서비스 대신 저렴한 타국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각국의 의료정책 목표가 다르므로 이것이 절대적으로 추구해야 할 산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산업화는 의료수준의 향상과 함께 나아가야 하며 한국, 일본, 중국의

의학자들은 의학 발전과 산업화에 힘을 합칠 필요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임상에서 전공으로 삼고 있는 신장병의 경우 서울대 내과를 중심으로 그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로카와 교수는 “세계는 웹2.0혁명, 모바일혁명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급속히 확산되는 시대”라면서 “헬스케어 IT를 발전시키면 국민의 의료정보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전체 의료비를 줄이고 유발산업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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