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근통, 머리부터 발끝까지 참을 수 없다

통증조절과 인지행동치료로 삶의 질 높여야

56세

주부 신지연(가명)씨는 1년 전부터 온몸이 쑤시고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대학병원을 찾았다. 그동안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고, 아픈 곳도

아픈 정도도 수시로 바뀌었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두통이 밀려오며 건망증이

심해지고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신 씨는 일상생활이 힘들었다.

별스런 검사를 다 해도 원인이 명쾌하게 나오지 않았다. 그는 아플 때면 진통제를

삼켜야만 했다. 그러나 통증은 점점 심해져만 가고 아픔으로 잠까지 이루지 못하게

되었고 어떤 방법도 효과가 없었다.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에서 지연 씨는 ‘섬유근통증후군’으로

판명됐다.

섬유근통증후군(Fibromyalgia Syndrome)은 근육자체의 문제가 아닌 중추신경계

통증전달체계의 문제이다. 환자마다 아픔을 표현하는 것이 다르지만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는 사람이 많다. 어떤 환자는 심지어 뼈가 부러진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수면장애와 집중력 및 기억력장애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으며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고통을 얻게 된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는 일상적인 가정과 사회생활마저

어렵게 된다.

섬유근통은

일반 진통제를 먹어도 크게 효과가 없다. 몸의 좌우, 허리 위아래, 척추부위에 만성

전신성 통증이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이어진다. 왼쪽 그림처럼 몸의 18개 주요

압통점을 무게 4kg의 세기로 눌렀을 때 11개 이상에서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있다면

섬유근통을 의심한다. 압통점은 섬유근통 환자들이 통계적으로 통증을 가장 많이

느낀다고 호소하는 부위이다. 이 기준은 1990년 미국류마티스학회가 정했다.

만성전신통증은 있는데 압통점의 개수가 만족되지 않는 실제 섬유근통환자들이

포함되지 않아 최근에는 전문가들에 의해 진단 기준의 개정에 대한 움직임이 있다.

압통점이 11개미만이지만 염증으로 설명되지 않는 만성 다발성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서

피로, 수면장애, 허약감, 집중력 및 기억력장애 등과 같은 증상들이 같이 있는 경우

섬유근통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루푸스 등 류마티스 질환이 있는 환자의 약 20% 경우 섬유근통증후군을

같이 겪는다. C형간염,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내분비 질환에서도 만성 전신성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 혈액검사를 해보면 섬유근통증후군 여부를 가릴

수 있다. 섬유근통증후군은 대부분 세심한 병력청취, 진찰소견, 검사실 소견으로

구별할 수 있다.

지연 씨는 그동안 의존한 마약성 진통제 대신 섬유근통의 새로운 약물치료를 받았다.

인지행동치료도 함께 집중해 3개월 후에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회복 됐다.

섬유근통의 증상발생 기전은 복잡하고 아직도 연구중이지만 가장 유력한 것이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건강한 사람보다 중추신경계에서

적게 분비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경전달 물질로 하행 항통각경로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섬유근통증후군 환자는 주로 아무 이유 없이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만성 수면

부족과 정신적으로 불안,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섬유근통증후군의 치료는 크게 운동과

상담 등의 비약물치료와 통증, 피로,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치료로

나눈다.

▽비약물적 치료

섬유근통증후군은 신체, 감정, 환경 스트레스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운동과 인지행동치료를 약물치료와 함께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영, 걷기, 체조

같은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처음에 운동을 격하게 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아주 적게  시작해 서서히 자기가 감당할 만큼까지 나아간다.

증상이 심하면 일상생활이 어렵다. 이 때문에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섬유근통 환자는 “이 고통을

주변사람이 아무도 몰라주어 너무 괴롭다” “나는 너무 아파서 죽고 싶다” “이

병은 절대 나을 수 없는 병이다”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에 사로잡힐 수 있다.

또 고부갈등, 부부싸움 등은 스트레스를 키워 섬유근통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환자가 병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재삼 인지하고 긍적적인

자세로 바꾸는 상담 치료를 한다. 수면장애, 우울, 불안 등 정신적인 증상이 심하면

신경정신과와 협진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약물치료

가장 오래된 약물치료는 삼환계 항우울제를 저용량 쓰는 것이다. 삼환계는 우울증

약의 화학구조 틀이 3개의 고리로 이루어져 있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미트립틸린(amitriptyline),

사이클로벤자프린(cyclobenzaprine)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제는 세로토닌 또는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직접 막아서 통증, 수면장애, 피로 등의 증상들을 개선한다. 트라마돌(tramadol)은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수용체 차단제 성질이 있는 약물로 섬유근통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최근 중추신경계의 통증을 감소시켜주는 경로인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의 결핍

기전에 근거한 새로운 치료제로 밀나시프란(milnacipran) 및 듈로세틴(duloxetine)이

있다. 또 감마아미노부티르산(γ-aminobutyric acid, GABA)과 비슷한 프리가발린(pregabalin)도

있다. 많은 임상연구들 결과 섬유근통증후군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이들 세가지 약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필요한 경우

이들 약물들 각각의 장점을 잘 활용해서 병합치료 할 것을 제안한다.

섬유근통증후군의 치료에 스테로이드와 마약진통제는 장기적으로 치료효과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랜 기간 극심한 통증을 비롯한 수면부족, 우울증 등의 증상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강한 의지와 전문적인 치료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이해가 이루어져야 이 병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전문 의료진과 환자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협력으로 다양한 치료를 통해 통증을 조절하면서 환자의 기능 상태를

개선해나간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방소영(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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