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진수희 내정자, 의료민영화 물꼬 틀까?

8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하자

인터넷에서는 ‘대통령의 직계 정치인’인 진 내정자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공격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꾸로 의료산업 활성화를 주장하는 사람 중에선 그동안 전재희 장관과의 높다란

벽이 허물어지고 이제 대화가 가능할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부처 쪽에서는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을

중심으로 의료산업화를 주장했지만 영리병원의 애드벌룬이 뜰 때마다 전 장관은 즉각

풍선을 터뜨리며 논의 자체를 일축했다. 따라서 기획재정부는 진 내정자가 업무를

시작하면 의료산업화의 각종 ‘전봇대’를 없애서 막대한 국부를 획득할 실마리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7.28 재보선 참패로 위기에 몰린 민주당과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의료민영화와

민간의료보험이라는 이슈를 들고 오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이 이슈를 통해 부자와

서민의 대립구조로 정국을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단체들은 최근 고려대 교정에서

개최한 ‘맑시즘 2010’ 행사에서 이명박 정권이 의료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전제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분간 의료민영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진수희 내정자는 하반기 논란이 될 만한 의료민영화 등의 이슈를 제기하기

보다는 우선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에 관심을 쏟을 듯하다. 이는 이 대통령이 최근 연일

대기업에 쓴 소리를 거듭하고 친서민 친중소기업 정책을 내놓는 것과 맞물린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빈부격차와 서민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진 내정자는 장관 내정 발표 후 일성을 통해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빠르게 벗어나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생활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친서민정책의 핵심 부서인 보건복지부에서

서민에게 희망과 꿈을 되찾아주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겸애교리(兼愛交利)의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겸애교리’는 남도 내 몸처럼 사랑하자는

보편적 ‘겸애’와 그 실천 방도로 모두에게 의식주를 보장하는 ‘교리’를 강조한 전국시대

묵자의 사상이다.

진 내정자는 또 이에 앞서 6월 30일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과 한국글로벌헬스케어협회가

주최한 ‘재외 한국병원포럼’에서 “투자개방형병원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많이 안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며 의료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전재희 장관의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입장을

내비쳤다.

게다가 진 내정자는 지금까지 사회봉사와 일자리 문제의 결합, 저출산 해소를

위한 보육 문제 등 복지정책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책을 발굴해 왔다. 특히

여성, 육아 교육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여성가족위원, 한나라당

보육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육아선진화 포럼’을 만들어 육아와 관련된 정책

개발 및 발굴하기도 했다.

또 아동 성폭력 근절에도 관심이 많아 지난해 11월에는 ‘조두순 사건’과 같은

아동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과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06년에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특정성폭력범죄자에대한위치추적전자장치부착에관한법률(전자발찌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눈물의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 내정자가 복지에만 신경을 쓰다가 보건의료 분야를 등한시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빈다.

우선 서민의 복지에 신경 쓰는 것과 의료산업화를 통해 의료자원을 극대화하는

것이 모순명제가 아니다. 의료산업화의 기반을 닦을 시기를 놓치면 선진국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산업화 기반 조성도

큰 축의 하나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 그 방향이 일부 경제 부처에서 말하는 대로

따라 가면 서민의 건강권에 침해받을 우려가 있겠지만, ‘의료산업’ 자체가 ‘강

건너 불 구경’ 할 수 없는 신성장 동력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진 내정자는 최근 일부 시민단체에서 보장성 강화를 위해 내놓은 ‘건강보험료

1만1000원 더 내기 운동’과 같은 아이디어를 검토해서 국민들이 보다 더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병에 걸려서 가계가

무너지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을 병행하면서 의료산업화의

긍정적 추진 방안에 대해 숙고해야 할것이다.

신성장 동력 산업인 바이오산업, 헬스케어 IT 등이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은 우리 의료시스템의 틀을 흔들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임상시험 분야를 어떻게 산업화해야 할지, 헬스 2.0 산업을 통해

국민의 의료 접근권을 향상시키고 관련 기업을 육성하면서도 전체 비용은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제 검토만 되풀이할 시기는 지났다.

진 내정자가 현 정부 집권 후반기,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정치적 소용돌이를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고 의료산업화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당장 의료산업의

활성화라는 과실을 따려고 하기 보다는 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씨앗을 뿌리기를

기대해 본다.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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