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런 섬유근통증후군, “꾀병 아니예요”

우울증 동반...고부갈등이 악화 원인도

우리

몸은 이상이 있을 때 열이 나거나 어지럽거나 속이 쓰리는 등 많은 증상을 나타내

병원을 찾도록 이끈다. 의사는 이러한 증상을 종합하고 검사해 병명 또는 몸의 이상소견을

발견하게 된다. 병의 증상이라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병을 일찍 알아 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리 몸의 정상적인 반응, 즉 고마운 신호인 셈이다.

통증은 몸의 이상을 발견하게 해주는 중요한 증상 가운데 하나다. 두통, 치통,

생리통, 복통, 요통, 관절통… 수없이 많은 통증으로 환자는 고통 받는다. 한편으로는

통증이 없었으면 알 수 없는 몸의 이상을 빨리 검사해 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아무리 검사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있다. 그것도 한두 군데가

아니고 온몸이 다 아픈 병이 있다. 바로 ‘섬유근통증후군’이라고 부르는 병이다.

이 병은 실제로 피검사, 엑스레이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기 때문에 꾀병으로

오인받는 수가 많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고통스러운 환자를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주부 민선주(55. 가명) 씨는 3년 전부터 관절통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20년

전에도 비슷한 증세가 있어서 치료받은 적이 있었고 수시로 이런 증상이 나타났으나

병원에서 검사만 하면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3년 전 폐경이 된 후에 관절통이 점점

심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1시간 이상 손이 뻣뻣하고 끈질긴 두통으로 고생했다.

자고 나도 잔 것 같지 않고 피곤하기만 했다.

아침에 손이 뻣뻣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일지도 모른다는 방송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일찍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이 심하게 변형된다는 방송 내용이

민씨의 걱정을 키웠다. 신체검사를 해본 결과 손가락 관절을 세게 눌렀을 때 아픔을

느꼈고 약간 부어올라 있었다. 어깨는 관절 운동 제한과 통증이 있었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할 만한 심한 염증 소견은 없었다. 관절의 변형도 없었다. 피검사도

정상이었다. 그러나 섬유근통증후군의 진단기준 중의 하나인 압통점은 18군데 모두에서

양성이었다. 민씨는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기만 해도 심하게 아프다고 하였다.

민씨는 전신통증, 피로감,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함께 오는 섬유근통증후군의

전형적인 예이다. 민씨처럼 폐경 후에 섬유근통증후군의 증상이 악화하거나 재발한

경우가 많다. 새롭게 증상이 시작되는 환자도 자주 만나게 된다. 섬유근통증후군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 민씨도 외래에서 간단한 설문을 했을

때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다행히 섬유근통증후군 치료로

통증과 함께 우울증도 나아졌다. 민씨가 느끼는 삶의 질도 많이 개선됐다. 지금은

봉사 활동도 찾아서 하고 사회 활동 참여에도 열성을 쏟고 있다.

섬유근통증후군은 만성 전신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국민의

약 0.5~2%가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보다 더 흔하다. 만성적이고

전신적인 통증이 있지만 조직 손상이나 염증 등의 이상소견으로 설명되지 않는 환자들은

섬유근통증후군을 의심해야만 한다. 특히 피로, 수면장애, 허약감, 집중력 및 기억력

장애 등과 같은 비통증성 증상을 같이 호소하면 섬유근통증후군일 가능성이 더 높다.

또 섬유근통증후군을 악화하거나 재발시키는 유발인자가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 그 중에서도 특히 고부간의 갈등이 가장 많았다. 관절염, 출산,

교통사고, 폐경, 감염 등도 관련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섬유근통증후군은 검사를 해봐도 대부분 정상으로 나온다고들 한다. 실제로는

이상이 있지만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왜냐하면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기능적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에서는 정상인과 매우 다른 뇌의 활성

및 기능을 보여주고 있어 객관적인 이상소견을 실제로 입증하였기 때문이다.

섬유근통증후군은 통증 뿐 아니라 정말로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한다. 아직까지

통증, 피로감, 삶의 질, 수면장애 등의 주요 증상 들을 위주로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면 좀 더 좋은 치료제와 치료방법들이 개발돼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혜순 (한양대 구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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