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나영이사건 중계방송식 후속보도

1년6개월 지난 피해자 아픔 건드리는 건 아닌지

“지금까지 나영이가 어떤 치료를 받아오고 경과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힘든 일을 겪고 큰 충격에서 이겨나가고 있는 어린 소녀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이

더 아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침은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병실이 어디에 있는지 등 나영이 개인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겠습니다”

조두순에게 성폭행을 당해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입은 나영이의 2차 수술과 관련된

보도가 2일 오전 터져 나왔다. 나영이의 외과적 수술을 맡고 있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홍보팀 관계자는 확인전화가 빗발치는 등 언론의 관심이 쏠리자 뒤늦게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이같이 말했다.

나영이는 2008년 12월 사건 후 항문 및 대장이 소실됐고 생식기의 80%가 영구적으로

훼손됐다. 나영이는 지난 1월 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한석주 교수의 집도로

항문이 있던 자리에 새 항문을 만들고 소장으로 내려오는 내용물이 너무 자주 배변되지

않도록 소장 부피를 늘려 변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항문복원수술을 받았다.

1차 수술 7개월 후인 2일에는 배변주머니를 제거하고 항문과 소장을 잇는 2차

수술을 받았다. 이번 수술은 이날 오전 10시 41분부터 2시간 10분 동안 한석주 교수

집도로 이루어졌다. 한 교수는 나영이가 앞으로 또래처럼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고 스스로 대변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석주 교수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나영이는 물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대장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간다든지, 변실금 등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재활훈련을 하고 나이가 들어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정상인의

70% 까지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의 브리핑을 듣는 내내 성폭행 사건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느껴야만 했고 화를 참아야만 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나영이가 아픔을 잊고

빨리 나을 수 있게 보도에 신경을 써 주십시오”라고 거듭 말했다.

나영이 사건은 이미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는 나영이의 수술경과를 중계방송하는 것처럼 앞다퉈 보도하는 것이

나영이와 그의 부모, 친지에게는 오히려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영이가 이만큼 회복되고 있다라는 기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안겨주고 성폭행의

무서움을 일깨워줄 수 있지만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이 나영이와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건드릴 수도 있다.

한 개인의 아픔은 접어두더라도 나영이 사건 후속보도가 다수의 관심사라는 이유로

중계방송하 듯 시시콜콜 수술결과를 알리는 것이 과연 공공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을까. 대중의 관심과 이익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기사를 쓰기란 나에게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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