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 ‘루푸스,’ 치료도 천 가지?

환자 상태 증상 따라 치료법 천차만별

이제 막 루푸스로 진단받은 19살 선희(가명) 엄마입니다. 아이 때문에 ‘루푸스’라는

병을 처음 들어봤어요. 아이가 유난히 피곤해하고 얼굴에 발진이 있고 관절통과 근육통을

호소합니다.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건 마사지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차라리 자식 대신 아프고 싶은 부모의 심정을 누가 알까. 선희 엄마도 딸의 아픔을

대신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루푸스는 개인마다 너무 다양하게

오는 병이다. 치료도 가장 어려운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다.

치료법도 따라서 복잡하고 많기 때문에 ‘종합예술적 치료’라고 부를 정도다. 그만큼

치료가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전개된다는 말이다.

루푸스는 장기손상여부가 가벼운지, 심각한지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한다. 탈모,

피부발진, 관절통, 늑막염 등 증상이 비교적 가벼우면 항말라리아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소량의 스테로이드제 등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심장근육에 발생하는 염증인 심근염, 신장염, 폐렴 등이 나타나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및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과거 세계 의학자들은

루푸스 환자들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약제 개발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부작용이 적고, 루푸스 유발 물질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 만성 합병증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소염진통제=관절통이나 관절염이 생긴 경우, 열이 나는 경우에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소염진통제가 많이 나와 있는데 증상,

작용 기간과 부작용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2)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약물이 개발되기 전인 1950년대 이전에는 많은

루푸스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 약물이 루푸스 환자의 치료에

이용되면서부터 사망률은 낮아졌다. 당뇨, 고혈압, 백내장, 골다공증 등과 같은 부작용이

있지만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아직까지 루푸스의 가장 중요하고 효과 있는 치료 약물이다.

이 약물은 환자의 증상정도에 따라 투여 용량이 달라진다. 생명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하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정맥 주사로 맞을 수 있다.

상태가 많이 좋아지면 용량을 서서히 줄일 수 있지만 용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루푸스가

악화될 수 있다. 전문의의 세심한 주의와 판단이 필요하다.

3)면역조절제=흔히 말하는 ‘면역억제제’이다. 뇌, 심장, 폐, 신장, 골수

등 생명에 필수적인 장기에 질병이 나타났을 때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만으로는 조절이

잘 안된다. 사망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기 때문에 면역조절제를 함께 사용해 루푸스의

활성도를 억제한다.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 아자치오프린, 메토트렉세이트, 싸이클로스포린

등이 대표적인 면역조절제이다. 최근에는 마이코페놀레이트 모페틸이라는 약을 루푸스가

신장에 침범해 생기는 염증인 루푸스 신염 등에 사용하고 있다.

4)새로운 약제 및 치료법들=면역조절제는 루푸스를 일으키는 면역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조금 더 초점을 맞춰

루푸스 유발세포를 억제하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재들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 제약사가

루푸스 치료제인 생물학적제제를 개발하여 판매 허가서류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감독국(EMEA)에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자가면역세포인 B-림프구

촉진자의 생물학적 활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지닌 약물이다.

심한 루푸스의 경우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일종의 골수이식과 비슷한 처치를

하기도 한다.

-선희가 앞으로 이성친구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해서 아기를

갖는 일이 가능할까요?

루푸스 환자라고 임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병이 악화되고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유산할 수 있다. 임신기간 중이나 출산 후 수개월 동안 병이 악화될

수 있다.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 임신계획을 세워야 한다. 환자 중에는 임신을 방해하고,

유산을 초래하는 비정상적인 항체가 특히 많은 사람도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루푸스 환자가 임신과 출산을 계획하면 류마티스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와의 긴밀한 협진을 통해 약물을 조절해야 한다.

만약 임신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면 안전한 피임법을 선택해야 한다.

먹는 약이나 젤리는 사용할 수 있지만 자궁 내 피임기구 삽입은 감염위험 때문에

피한다.

-우리 선희, 앞으로 또래들이 하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가요?

루푸스의 경과는 어떤 장기에 침범하느냐와 그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치료에

따라 좋아졌다가 악화되기를 반복하지만, 적절한 치료가 한다면 보통 10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이 생존율은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부 예외적으로

심한 경우는 있지만, 과거보다 치료법이 발전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만 하면 일반인과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다.

질병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비교적 생존율이 높다. 그러나

신장, 뇌, 폐, 심장 등까지 침범한 환자, 적절한 치료를 회피한 환자,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는 경과가 좋지 않고 합병증도 많이 생긴다. 어떤 경우에는

치료가 잘 되고 모든 증상이 좋아져 정상인과 같은 ‘완치’ 상태가 올 수 도 있다.

증상이 없더라도 치료 약물은 계속 복용해야 한다.

특히 증상이 좋아졌다고 모든 약을 갑자기 끊으면 안 된다. 질병의 활성도가 갑자기

증가돼 이전보다 훨씬 악화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즉 루푸스라는 병은 진단과

치료가 매우 어려운 류마티스 질환 중 하나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비교적 잘 조절할 수 있는 병이다.

배상철(한양대 류마티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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