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나쁜 사건 더 또렷이 기억한다

어른은 감정 싣기 때문에 정확한 기억 흔들려

어린이의 진술은 법정에서 신빙성 부족을 이유로 좀처럼 채택하기를 주저하지만

나쁜 사건일수록 오히려 어린이의 진술을 더 믿을 수 있다는 근거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 찰스 브레이너드, 발레리 레이나 교수팀은 7~11세 어린이와 18~23세

젊은 성인에게 아픔(pain), 자르다(cut), 아플 때 내지르는 소리(ouch), 소리내어

울다(cry) 상처(injury) 등 감정과 밀접하게 관련된 단어들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이 낱말카드를 치운 뒤 연구대상자들이 제시된 단어들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이들은 전반적으로 목록에 없던 ‘상처 주다(hurt)’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경험은 어린이 기억의 정확성을

흔들리게 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어른은 어린이보다 더 기억의 정확성이 떨어졌다.

기억력에 관한 기존의 심리이론들은 어른이 어린이들보다 나쁜 사건을 더 잘 기억하고

거짓기억이 적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각 나라의 법정도 이러한 이론에 따라 어린이의

법정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

조사대상들은 전반적으로 나쁜 경험일 때 사실을 꼼꼼히 기억하지 못했고 오히려

없는 일을 기억해내는 기억 수치는 높았다. 거짓 기억이란 목록에는 없었던 ‘hurt’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믿는 것처럼 실제 경험을 왜곡하고 상상한 것을 만들어 내 기억하는

것.

연구팀은 “누구나 나쁜 사건에 대해 감정을 싣게 되기 때문에 기억이 부정확해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기존의 이론이나 통념과 달리 구체적인 기억은 성인이 어린이보다

더 부정확하다는 연구결과”라고 주장했다.

브레이너드 교수는 “특히 나쁜 사건, 나쁜 경험일수록 어른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개입시키고 거짓 기억 수치가 높아지면서 객관적인 기억은 더 혼란스러워 진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아동 실험심리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이사이언스뉴스 등이

22일 보도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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