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중단, 환자가 의사표시 못한다면?

추정 및 대리인의 의사표시 인정 논란

존엄사와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각계 인사들이 구성한

사회적 협의체에서 일부이지만 연명치료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나왔다.

보건복지부(장관 전재희)는 14일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에 필요한 사회적 협의체에서

논의한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 우선 도출된 결과를 발표했다.

이 협의체의 논의결과에 따르면 △연명치료 중단 대상 환자 △중단 가능 범위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본인의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조건 및 절차 △연명치료중단

의사결정 기구에 대해서는 합의가 됐다. 그러나 환자 본인의 결정이 아닌 평소 환자의

행동이나 말 등 추정에 의한 의사표시, 가족 등 대리인에 대한 의사표시를 인정할

지는 합의하지 못했다.

특히 직접적인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말기환자 등 자발적인 의사결정이 곤란한

경우 환자의 평소 언행 추정 및 대리에 의한 의사표시 인정문제에 대해서는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국의료윤리학회 고윤석 회장은 “말기환자에게 직접 사전의료의향서를 받는

것이 가장 맞지만 우리 사회 문화에서 ‘나’는 가족 속에서의 ‘나’”라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진과 가족이 협의해 연명치료를 해왔다”고 말했다.

또 “우리사회가 죽음에 대한 교육이 충분해져 본인 결정권에 대한 요구가 분명해질

때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며 “대리인이 연명치료중단을 결정 못하게 법으로 만들면

의료현장에서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해울 신현호 변호사도 “작년 대법원도 김 할머니의 평소 말과 행동을

바탕으로 연명치료중단을 결정했다”며 “세계적 입법례와 판례는 추정적 의사를

인정하며 실제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사전 의향서를 미리 준비하고 말기 치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총신대 이상원 교수는 “환자 자기의 마음을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라며 “환자의 상태는

전문 의사들조차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고 대법원 판결은 사회적 흐름을 쫓아간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고 나면 일주일이나 열흘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보고 그런 판결을 했으나 인공호흡기 제거 후 김할머니는 201일을 더 살았다.

환자의 불확실성이 항상 있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또 “한 인간의 절대 가치인 생명에 대해 사회흐름을 쫓아가는 판단을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회적 협의체는 2009년 5월 연명치료중단 인정 대법 판결 이후 종교계 의료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추천된 위원 18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해 12월부터 연명치료중단의

제도화에 필요한 주요쟁점에 관한 논의를 추진했다.

사회적 협의체는 한편 본인이 건강할 때 죽음을 대비해 ‘사전의료의향서’를

직접 작성해두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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