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만에 연꽃피운 씨앗, 과학자들의 설명은…

당시에 좋은 환경 못 만난 씨앗들, 찬란히 빛 봐

지난해 경남 함안군 성산산성(사적 67호)에서 발견되었던 고려시대 연꽃 씨앗이

싹을 틔운 지 1년 만에 찬란하게 꽃을 피워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있다. 연꽃

씨의 수명은 유난히 긴 편이지만 700년 동안 잠자던 씨앗이 발아하고 잎과 줄기의

성장을 거쳐 꽃으로 환생하는 일은 흔치 않다.

아라가야의 연꽃 (‘아라홍련’으로 명명됨)은 어떻게 700년이나 생명의 불씨를

안고 있다가 당시의 연꽃 모습을 생생히 꽃 피울 수 있었을까.

과학자들은 이처럼 700년 만에 꽃을 피우게 된 원리는 불치병에 걸린 사람을 냉동시켰다가

미래에 되살려 병을 고치는 ‘냉동인간 의학’과 뿌리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외부

환경 때문에 씨앗이 꽃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멈췄다가 특정한 조건에서 발아가 다시

시작했다는 것.

이번에 꽃으로 환생한 연꽃 씨앗은 지난 해 5월 성산유적 지하 4∼5m 토적층에서

10개가 발견되었다. 함안군은 씨앗의 연대 확인을 위해 2개를 한국지질자원연구소에

보내 각각 650년 전, 760년 전의 고려시대에 생성된 씨앗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대구대 원예학과 전하준 교수는 “원래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물, 온도, 산소와

같은 환경이 잘 맞아야만 한다”며 “이번에 발견된 씨앗들은 당시에는 싹을 틔우기에

부적합한 환경에 놓여 있다가 땅속으로 더 깊이 박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당시 꽃을 피우기에는 불합격했던 씨앗이 700년 만에 빛을 보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려시대로 여행하는 것 같은 신비로움을 안겨준 셈이다. 이번 꽃으로 환생한

아라홍련은 현대의 연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성재기 담당관에 따르면 현대의

연꽃잎이 동그랗고 짙은 붉은색에 잎이 두 세겹인 반면 아라홍련의 잎은 12개로 계란형에

크기는 좀 더 크고 옅은 분홍색을 띠고 있다.

원예학자들은 고려시대 연꽃이 700년의 세월을 건너면서 현대의 연꽃 모양으로

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앞으로 연꽃의 계통과 진화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 연꽃은 쌍떡잎식물로 수련과의 여러해살이 수초다. 만년 식물로 불릴 정도로

수명이 길다. 그래서 연꽃은 풍요, 건강, 장수를 상징한다. 불교에서는 연꽃을 부처님의

탄생과 연결시켜 생각하기 때문에 각종 불교행사에서 연꽃은 빠지지 않는다.

일본이나

이집트의 문헌에도 몇 백 년에서 몇 천 년 된 연꽃이 피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강원대 원예학과 김종화 교수는 “교과서에도 연꽃의 전설이 나와 있다”며

“발아과정을 직접 지켜보지 않아 확신할 수 없지만 깊은 땅 속에서 오묘한 환경

덕분에 썩지 않고 종자가 보존되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고 말했다.

이번에 싹트고 꽃 피는 일을 처음부터 지켜 본 함안박물관의 성재기 운영담당관은

“과연 싹을 틔울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이 씨앗이 어떤 꽃을 피울 것인지 참

궁금했다”고 말했다. 싹을 틔우려고 특별히 다른 환경을 만든 것은 아니며 현대의

연꽃처럼 일반 진흙에 섭씨35도 정도의 물에서 발아했다는 것.

전하준 교수는 “식물마다 종자수명이 차이가 있지만 짧은 것은 몇 시간밖에 안

되는 것도 있고 토마토는 1~2년 유지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씨앗 속 저장

양분이라는 것이 10~20년 가는 게 아닌데 이번 아라홍련의 종자수명이 700년을 넘나드는

것은 희귀한 경우”라고 했다.

손인규 기자 iks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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