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잘 이용하면 ‘공짜 명약’

“의사-환자 서로 끈끈하게 믿을 때 성공 가능”

“김미영 씨는 현재 1차 치료제가 잘 듣지 않습니다. 2차 치료제를 적용해야 하는데

지금 새로운 류마티스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한번 참여 해보는게 어떨까요?

관심이 있으시면 자세하게 설명할 테니 한 번 들어보시고 생각해 보세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치료중인 김미영(56, 가명) 씨는 ‘임상시험’이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아직 시판되지도 않은 약을 내가 실험 대상이 돼서 먼저

접한다. 괜찮을까? 혹시라도 부작용이 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찬범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고 부작용 우려가 많아 환자에게 권유할 때 어려움이 많은 현실”이라며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환자가 임상시험 정보를 확인하고 환자가 스스로 참여결정을

내리는 분위기가 형성 돼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의약품 임상시험은 단계에 따라 시험대상과 그 수, 약물 용량 등을 조절하면서

사람에게 약을 투여하여 부작용 및 효과를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1상~4상 임상시험까지

있다. 최 교수는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이 부족한 류마티스 질환 및 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2상, 3상 임상시험이 많이 진행돼

안전성을 어느 정도 입증받은 약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찬범 교수는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는 ‘환자가 의사를

믿을 때’로  꼽았다. “국내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3상 시험이 주종인데

효과는 분명 기존 치료제보다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판이전이고 부작용도

걱정되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의 끈끈한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시중에서 파는 약도 100% 안전할 수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중대한 부작용이

없고 효용성이 부작용보다 우세하기 때문에 판매되는 것이다. 의사도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각오하고 득이 더 많을 것으로 믿고 환자에게 권유하는 것.

최 교수는 “3상 임상시험은 전단계에서 안전성을 상당 부분 입증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자기 병을 더 알게 되고 더 상세히 진료 받을

수 있으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하기를 주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위약군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류마티스 치료제 영역에서는 위약이라 해서 치료가

아예 안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치료제 임상시험과 병행하는 형태”라며 “효과가

불충분하면 시판중인 약으로 다시 치료방향을 바꿀 수 있고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시험에서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상시험 참여를 원한다 해서 누구나 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참여자

수가 제한돼 있고 조건도 까다로워 탈락률도 꽤 높다.

임상시험 정보, 내년부터 보다 쉽게 검색을

임상시험은 효과적인 내용만 발표되고 효과가 좋지 않으면 발표되지 않는다. 100개

중에 한 개만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이 약은 사실상 의미를 잃고 만다. 그러나, 꼭

통계적인 확률만 약의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는 것일까.

미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임상시험 정보 등록사업을 시작했다.

임상시험 참여 환자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기 보다 임상시험의 결과를 확인해보기

위한 것. 특효약이 없어 뭘 어찌해보기 힘든 희귀질환 환자에게는 통계적으로 예외적인

사례라해도 경우에 따라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임상시험 정보가 활발하게 오고가지 않는 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임상시험정보방(http://ezdrug.kfda.go.kr)’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주일마다 pdf나

엑셀파일로 정리해 업데이트하는 정도이며 검색 기능이 활발하지 않다.

식약청 관계자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위해 정보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질환별로 체계적인 자료를 찾아보기는 무리가 있다”며 “올해말까지 검색 기능을

업그레이드 해 내년 초부터는 임상시험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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