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에 좋은 운동? 그때그때 달라요

증상과 사람에 따라 적용할 운동법 달라

대학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매스컴에 자주 노출된다. 방송작가나 기자가 관절재활의학과에

와서 단골로 던지는 질문이 “관절염에는 어떤 운동이 좋은가요?”이다. 딱 떨어지는

답이 없기 때문에 난감하다.

방송하는 처지에서는 “관절염이 있는 분들은 이런 운동이 좋습니다”라고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고 손쉬운 제작방법일 수 있겠으나 재활의학과 운동치료의 개별성 원칙에는

위배된다. 사람마다 관절염이 발생하는 신체부위, 관절염의 진행 정도, 개인의 운동능력과

취향 등이 다르다. 당연히 사람에 따라, 관절염 증상에 따라 적용할 운동법은 다르다.

평소 자주 무릎이 아팠던 김하나(60, 가명)씨는 관절염에 등산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들과 어울려 청계산에 올랐다. 계단도 많고, 급경사도 많았지만 오랜만에

소풍 나온 기분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쉬엄쉬엄 산 정상까지 올랐다. 정상에서

맛보는 바람은 올라갈 때의 어려움을 다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릎 통증도 사라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김씨는 통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릎을 구부릴 수 없고 통증은  심해져 김씨는 결국 병원으로 직행했다.

씨의 무릎을 진찰하고 방사선사진 촬영 후 나온 진단명은 ‘슬개대퇴관절염’이었다.

무릎 관절은 크게 슬관절과 슬개대퇴관절로 나뉜다. 똑같은 무릎 관절염같아도 슬관절염과

슬개대퇴관절염의 운동 방법은 다르다.

슬관절염은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피한다. 체중이 덜 실리는 운동이나 무릎이

구부러지는 운동을 해야 한다. 물속에서 걷기운동이나 헬스클럽의 고정식 자전거운동이

무난하다. 반면 슬개대퇴관절염 환자는 무릎이 구부러지는 운동을 피하고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한다. 따라서 고정식 자전거운동은 바람직하지 않고, 평지에서 걷는

운동이 좋다.

관절에 급성 염증이 있을 때, 하루 두 번 근육운동

관절이 갑자기 붓고 열이 나면 급성 염증이 생긴 것이다. 이때에는 운동하지 않고

이틀 동안 얼음찜질을 하면서 관절을 쉬게 해야 한다. 보조기를 이용해 관절염 부위를

고정시키는  것이 염증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관절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관절이 굳는다. 아침저녁에 한

번 씩만 부은 관절을 최대로 구부렸다가 최대로 편다. 관절이 굳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만약 환자가 힘이 약해서 관절을 움직일 수 없다면 보호자가 관절운동을 도와서

하게 해야 한다.

관절을 움직이는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위축돼 근력이 약해진다. 하루

한 번씩 관절을 구부리려고 힘을 주면서(이 때 실제로 관절은 구부리지 않는다) 6초

동안 구부리는 근육에 힘을 준다. 반대로 6초 동안은 관절을 펴는 근육에 힘을 주는

운동(역시 실제로 관절은 펴지 않는다)을 하면 근력 약화를 막을 수 있다.

다시 설명하자면 양다리를 발목에서 X자 모양으로 교차시켜 놓고, 위쪽 다리는

무릎을 구부리려는 힘을 주고, 아래쪽 다리는 무릎을 펴려고 힘을 준다(아래 그림

오른쪽). 또 양팔을 손목부위에서 X자 모양으로 교차시켜 놓고, 위쪽 팔은 팔꿈치를

펴려는 힘을 주고, 아래쪽 팔은 팔꿈치를 구부리려는 힘을 준다(아래 그림 왼쪽).

힘주는 6초 동안 숨을 참지 말고 편안하게 호흡해야 한다. 혈압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급성 염증이 가라 앉으면… 운동은 하지만 줄여야

관절이 붓기만 하고 관절부위에 열이 나지 않는다면 급성 염증상태는 벗어난 것이다.

이 때에는 여러 가지 운동을 다 시도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관절이 부었다는 것은

관절 주위조직이 헐거워져 있다는 뜻이다. 평상시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았던 동작이나

운동이라도 부은 관절은 쉽게 마모되고 염증도 더 쉽게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운동량을

줄이든가 보조기를 써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무릎관절이 부었을 때에는 가슴 정도 물이 찬 수영장에서 물속 걷기운동을 30분정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력 덕분에 체중이 무릎에 실리는 것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붓기도 가라앉으면…서서히 운동량 늘려

골관절염으로 연골이 많이 닳기는 했지만 특별히 붓지 않았으면 환자가 평소 좋아하는

운동까지 전부 할 수 있다. 대신 운동량은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 맨손체조나

요가 같은 스트레칭운동으로 관절의 운동범위를 늘린다. 또 아령이나 모래주머니를

이용한 근력강화운동으로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 빠르게 걷기운동이나 고정식 자전거를

이용해 심폐지구력을 키운다면 어떤 운동이든 시도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운동을 하면 관절과 근육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운동 후 2시간

이내에 통증이없어지면 운동을 계속해도 된다. 그러나 2시간 이상 통증이 계속되면

운동량을 줄이든가 운동방법을 바꿔야 한다. 운동 후 △관절이 더 붓거나 △관절이

안 구부러지거나 △근력이 약해지거나 △심한 피로가 나타나면 운동 강도를 낮추어야

한다. 운동했다가 오히려 골관절염이 악화되고 관절 변형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골관절염이 있는 사람들은 전문의와 상의한 뒤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시복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관절재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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